 |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
 |
한성수 목사 |
 |
2015년 4월 19일 |
|
|
 |
25 어떤 율법교사가 일어나 예수를 시험하여 이르되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26 예수께서 이르시되 율법에 무엇이라 기록되었으며 네가 어떻게 읽느냐
27 대답하여 이르되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 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
2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대답이 옳도다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 하시니
그 사람이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예수께 여짜오되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
(누가복음 10:25-29) |
신디 시핸이라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는 4명의 아들딸을 기르는 전형적인 가정 주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한 가정의 주부요, 한 남편의 아내요, 4자녀의 어머니가 아니라,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를 거대한 미국정부를 상대로 해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가로 만든 것은 바로 아들의 죽음이었습니다.
2003년 3월 군에 입대하여 이라크전에 참전한 아들, 케이시는 포로로 잡힌 동료 병사들을 구출하러 갔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시핸은 아들의 전사소식을 전하러온 3명의 장교를 붙들고 차라리 나를 죽음으로 데려가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로부터 두달후, 부시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냉담한 태도를 보고, 시핸은 다시한번 가슴이 무너집니다. "당시 우리 가족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케이시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의 죽음에 대해 물어보려 했으나, 대통령은 그때마다 화제를 바꾸면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유로울 자격이 있다'는 말만 했습니다. 전몰용사들을 추모하는 자리임에도, 그는 케이시의 이름도 몰랐고, 그의 사진조차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당시를 회고 하면서, 명분 없는 전쟁으로 무고한 젊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전쟁을 막는데 앞장 서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해 8월 시핸은 부시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주의 크로포트 목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전쟁반대를 위한 시위를 했습니다. 시핸의 시위는 5주간에 달한 부시 대통령의 휴가기간 내내 이어졌습니다. 그의 요구사항은 오직 하나, 대통령을 만나 아들을 죽게한 그 '숭고한 명분'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연약한 가정주부인 시핸이 혼자서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반전운동을 하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의 모든 언론을 이를 보도하게 되고, 전쟁에 반대하는 양심세력들이 하나씩 모여들어 순식간에 부시 대통령의 여름휴가 목장 앞은 반전운동의 메카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라크 전쟁은 아무런 이득 없이 무수한 생명을 앗아가고 8년 9개월 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전쟁비용을 미리 당겨썼기에, 2053년까지 모든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4천4백 조원이 지불될 것이고. 미군 만명에, 이라크 사람 13만5천명이 죽었으나, 전쟁의 명분이 되었던 이라크의 대량학살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오늘 신디 시핸을 소개하는 것은 세월호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일주기(4월 16일-목요일)를 맞았던 지난 한주간, 우리는 최루 까스를 넣은 물대포로 유가족들의 광화문 집회를 해산하는 모습을 TV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무엇이 저 유가족들을 거리로 내 몰았을까? 이제 해도 그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수억원의 보상금을 준다고 해도 왜 저들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보상보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대통령으로 하여금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신디 시핸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들의 초상화를 보지도 않은 채 ‘전쟁의 명분’만 반복한 대통령의 영혼 없는 태도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반전운동의 선구자로 만들고 말았던 것처럼, 유가족들의 상처받은 가슴과 영혼을 어루만지는 교감이 없는 지도자의 태도는 결국 유가족들로 하여금 진실규명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미 죽어 버린 내 자식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다시는 이 땅의 어린 생명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안전한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한 예로 교인들이 야외예배를 가다가 교통사고로 다수가 죽었다고 했을 때, 그 일주기를 맞는 날, 우리는 다함께 그날을 기억하고 애도할 것입니다. 특별히 담임목사는 바깥 행사를 자제하고 최소한 한 주간 동안은 그날을 추모하는 자세로 조신하며 지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외교를 한답시고 그날 오후로 비행기를 타고 남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따라서 오전에 있었던 팽목항에서의 추모발표는 영혼없는 외침으로 그치고 만 것입니다. 비리 국무총리에게 국정을 맡기고 떠나버린 광화문 광장에는 애꿎은 경찰과 유가족들만의 일진일퇴만 벌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 여기서 벌어진 사고, 유가족이 다치고 경찰이 다친 것은 모두 지도자의 책임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요,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저는 정치적인 설교를 하지 않는 목사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설교가 정치적인 설교처럼 보이는 것은, 성경말씀 때문입니다.
한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네가 율법교사이니 율법에 무엇이라고 쓰여 있는지 잘 알 것 아니냐, 율법에 무엇이라 쓰여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율법학자가 단번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대답하니, 예수님은 네가 옳은 대답을 했으니, 그대로 행하면 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대화가 끝나야 하는데, 율법교사는 자기의 의를 자랑하려고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물음 속에는 자기만큼 많은 이웃을 가진 자가 없다는 자만심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이웃 사랑이라고 했는데, 나는 내 주위에 많은 이웃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기중심의 이웃개념에 빠져 있는 저 율법교사에게,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웃에 대한 개념을 내 중심에서 상대방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납니다. 강도들은 그 사람의 옷을 벗기고 때려서 거반 죽도록 만들어 놓고 길 가에 버리고 도망을 갑니다. 본문 30절을 보면 “그 옷을 벗기고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갔더라”고 했으니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는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거의 죽은 것을 버려두고 갔으니 사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제사장이 그 길로 내려가다가 거의 죽게된 그 사람을 보고서도 애써 모른척 지나갑니다.
두 번째, 레위사람이 나타나는데 그 역시 강도만나 피 흘리는 자를 보고 황급히 지나가버리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사마리아 사람이 그 길을 지나갑니다. 그는 강도만난 자를 보고 저를 불쌍히 여겨 걸음을 멈춥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기름과 포도주를 상처에 붓고 소독을 한 다음, 천으로 싸매어 자기가 타고 온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갑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하니 그날 밤을 함께 지내고, 다음날 아침 주막 주인에게 두 데나리온을 주면서 이 사람을 돌봐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오는 길에 갚겠다고 하면서 목적지 여리고로 길을 떠납니다.
예수님은 한편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율법교사에게 묻습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사람 중에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10:36) 율법교사는 대답합니다.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님께서 비유의 끝에 던졌던 마지막 질문인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는 말씀은 율법교사의 잘못된 이웃관을 고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0장 29절을 보면 율법교사의 질문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예수께 여짜오되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눅 10:29) 그러니까 율법교사는 이미 이웃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내 이웃이 누구냐고 물었던 것인데, 그것은 자기중심적인 이웃이었습니다.
율법교사에게 이웃은 강도만난 자를 애써 못 본채 지나쳤던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같은,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내 맘에 드는 자들만을 내 이웃으로 사귀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했으니, 나같은 자가 영생을 얻을 자격이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이웃은, 강도만난 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이웃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이웃으로 여겨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실은, 지도층에 속하는 대다수가 율법교사의 이웃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고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백성들은 이웃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그저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시장바닥을 훑으면서 표를 빼앗아 오는 선거철 표로만 인식하는 것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금 버리는 것입니다. 한번 만나달라고 호소하고 애걸하여도 저들의 문턱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높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무고한 고통을 당하는 자, 강도를 당하여 피흘리고 신음하는 자, 도움이 없으면 이제 곧 죽게 될 절망의 상황에 놓인 자, 저들을 찾아가 저들의 이웃이 되어 주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웃의 개념을 “나”중심에서 “상대방” 중심으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강도만난 자의 입장에서 이웃을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내 중심으로 이웃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이웃을 정하는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 당한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나의 눈높이로 바라보지 말고, 고난당한 자의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저를 위로하고 저를 돌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는 성경에서 말하는 이웃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어떤 이해관계나 전제조건 없이, 내 백성이 아파하니까, 저들의 금쪽같은 자식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으니까, 저들을 위로하고 저들에게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 저들의 한숨과 눈물은 참된 위로를 받게 될 것이고,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분노와 증오는 점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강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세월호를 가라앉게 만든 강도는 누구입니까?
우선은 구원파 이단입니다. 이어서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이요, 불법개조를 묵인한 비리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그 강도들이 내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녹을 먹고 있었으니,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도를 정죄하는 몫은 하나님께로 넘기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밤사이에 악한 원수대적이 가라지를 밭에 뿌리고 갑니다. 가라지가 쑥쑥 자랐지만 주인은 농부에게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합니다. 잘못하다가 곡식까지 뽑힐까 염려되기에 그대로 두라고 합니다. 마태 13:30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추수 때에 알곡과 가라지를 분별하고 불사르게 할 것이니 정죄는 하나님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유가족이 또는 민주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강도를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 “잊지말자”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 누가 강도인지를 잊지 않아야 하고, 누가 슬픔을 당한 자인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위로하고 손을 잡아 주고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주되 잊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때에 추수 때가 되면, 성숙한 세월이 되면 진실은 자연히 밝혀 질 것입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지난 17일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과 위안부 사과에 관련해서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상대국이 ‘시원하게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도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와 지도자가 절실합니다. 그리고 함부로 상대방을 정죄하는 혈기를 누그러뜨리는 절제와 평정심 역시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의 사랑으로 고난당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주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예수의 가슴으로 아픔을 당한 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그리하여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평화가 넘치는 은혜의 역사가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 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