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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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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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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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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에 비유로 말씀하시되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7 포도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8 대답하여 이르되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9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하였다 하시니라
(누가복음 13장 6~9절) |
예수님께서는 많은 가르침을 비유라는 형태로 주셨습니다. 비유의 특성상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입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비유를 듣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가 어디인지도 중요합니다. 비유가 어떤 상황 속에서 이야기되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유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비유는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 생각에는 예수님께서 하신 다양한 비유 중에서 완전하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 친히 설명해 주신 것은 마태복음 13장의 씨뿌리는 자의 비유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비유는 때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유 자체가 너무나 명확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비유들도 있습니다. 가령 잃은 양의 비유는 듣는 순간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의 비유를 접할 때에 비유의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집중해서 신중하게 읽어야 합니다. 저는 가끔 성경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남들은 다 이런 의미라고 하는데 이게 진짜 그런 의미였을까? 이런 질문을 머리에 두고 성경을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비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오늘 본문이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닙니다. 본문의 이야기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본문의 비유 역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한 것이 비유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그때는 주님을 만나는 그때입니다.
오늘의 본문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은 이 비유를 통해서 의로우신 하나님과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이고, ‘포도원지기’는 예수님이고, ‘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우리 자신이라고 전제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열매 맺는 삶을 살아오지 못했고, 그래서 심판을 받아 마땅한데, 포도원지기인 예수님께서 포도원주인인 하나님께 간구하셔서, 하나님께서 일정한 유예기간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회개해서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여기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찍어버리시려는 모습이 하나님의 의로운 모습이고, 포도원지기의 간청으로 일년의 유예기간을 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자비로운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최후의 심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장 회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예기간이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비유의 메시지는 ‘지금 당장 회개하고 열매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해석입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회개해야 할까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을 회개해야 하는 건 당연한데, 그렇다면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목회자들은 주일성수, 헌금생활, 전도, 또는 윤리적인 삶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 우리들에게는 ‘열매’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사도 바울이 언급한 ‘성령의 열매’입니다. 그러면 과연 예수님이 당시에 이 비유를 말씀하실 때, 무화과나무에서의 열매를 사도 바울이 말한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를 염두에 두고 말씀하셨을까요? 예수의 삶과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바울의 편지를 읽었을 때 ‘성령의 열매’라는 부분에 가서, ‘아 이건 예수님께서 예전에 말씀하신 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에 대한 비유에서의 열매다!’ 라고 떠올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에 이 비유를 듣는 사람들이, ‘아 이건 예수님 이후에 30년 정도 지난 다음에 나타나는 바울이라는 사람이 언급할 성령의 열매를 가리킬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작 성서 본문은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도원주인이 일년간 유예기간을 줬다는 선언은 없습니다. 그냥 포도원지기가 1년만 참아달라는 말로 비유가 끝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비유에서 언급하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당연하게 포도원주인이 1년간 유예기간을 줬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무화과나무는 포도원주인이 심었을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정말 무화과나무의 책임인가? 무화과나무를 잘 관리하지 못한 포도원지기의 책임은 아닌가? 아니면 재배조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 무화과나무라고 열매를 맺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무화과나무는 말그대로 ‘무화’, 꽃이 없이 열매를 맺는 나무입니다. 무화과나무가 무화과나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열매’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열매를 맺고 싶은데 열매가 안 열리는 것을 어쩝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1년이라는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그것이 무화과나무에게는 기쁨일까요? 부담일까요? 어차피 맺히지 않을 열매를 위해서 애쓰다가 그 다음해에 찍혀버린다면, 그 무화과나무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유예기간은 기쁨이라기보다는 고통의 연장일 수 있습니다. 마치 돌머리 학생에게 1년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합격하라고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학생에게 주어진 1년은 그야말로 고통과 지옥의 연속일 것입니다. 이 비유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비유라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해준 것은 씨 뿌리는 자의 비유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나머지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먼저 이 비유가 이야기된 상황을 짚고 넘어갑시다. 13장 1절부터 5절까지 비유의 앞에는 두 가지 불행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1절부터 3절까지는 유월절에 제사를 드리러 온 갈릴리 사람들을 빌라도가 학살하였다는 이야기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 학살당한 갈릴리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커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망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상황 4절과 5절에서는, 실로암에 있는 탑이 무너져서 열 여덟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 사람들이 여러분보다 죄가 많아서 그렇게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여러분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가 그렇게 망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에 갈릴리는 저항의 상징이요 본거지였습니다. 예수님이 활동하기 이전에 로마에 대항하여 봉기를 일으킨 유대인들이 있었는데 그 지도자가 ‘갈릴리의 유다’였습니다. 기원후 4년경에 일어난 이 봉기는 결국 로마군에 의해 진압되었습니다. 그 후 ‘갈릴리의 유다’의 두 아들인 야곱과 시몬 역시 로마를 상대로 봉기를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기원후 46년에 로마군에 잡혀 결국은 십자가에 처형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20년 후에 그의 손자인 므나헴이 다시 봉기를 일으켰고 그것이 결국 유대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3대에 걸쳐 로마에 저항한, 유대의 입장에서보면 독립운동가 집안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갈릴리는 로마 권력에게는 눈엣가시였습니다. 빌라도 역시 갈릴리 사람들의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갈릴리 사람들이 유월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왔을 때 그들을 살육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로암에 있던 탑은 당시 역사가 요세푸스에 의하면 빌라도가 실로암 수로 공사를 감시하기 위해서 설치한 탑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탑은 실로암의 수로공사와 그 공사현장을 감시하는 그야말로 강제노역의 상징이었습니다. 제가 지난 주에 영화 ‘군함도’를 봤는데 너무 액션과 흥미위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 영화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일제 강점기 말기에 있었던 강제노역과 징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해 주었고, 군함도에 대해 널리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갈릴리 사람들의 죽음,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당한 죽음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들 자신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닙니다. 억울하게 착취당하다가 불쌍하게 죽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죄 때문에 죽었다고 하면, 그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고, 결국 이로써 모두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죽음을 놓고 예수님은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합니다. 5절입니다.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촉구하시는 회개는 무엇이겠습니까? 윤리적인 삶? 전도? 헌금? 주일성수? 주일성수를 열심히 하고 전도하고 헌금을 성실하게 내면 무자비한 권력에 의해서 희생당하는 일이 없을까요? 억울하게 착취당하거나 불쌍하게 죽는 일이 없을까요? 모든 것을 윤리와 신앙생활에 맞추면 앞뒤 문맥이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무엇을 지적하고 계시는 것일까요? 그들의 죽음이 그들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태도, 그들의 고통이 그들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그 태도, 그리고 그들의 문제는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성서는, 그리고 예수님은 죽은 사람들,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태도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너희가 망할 것이다가 아니라)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회의 부조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외면한다면, 결국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마틴 니묄러라는 목사가 썼다고 추정되는 시가 있습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쓰나미 참사에서 희생당한 사람들, 9ㆍ11 테러로 인하여 죽어간 사람들, 세월호에서 죽어간 어린 생명들, 그리고 1980년 광주에서 죽어간 광주의 시민들… 이들은 자신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무고한 희생을 당한 억울한 죽음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죽음을 함께 아파하고 다시는 그러한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비유로 되돌아갑니다. 우선 눈에 쉽게 뜨이는 것은 ‘무화과나무’를 ‘포도원’에 심었다는 것입니다. 원문에는 ‘포도원 주인이 무화과나무를 심었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당시에 이 비유를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는 것은 바보같은 행위였다고 합니다.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어떤 사람에게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것이 자기의 포도원에 있었다’입니다. 그가 심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생겼는지, 아니면 이 포도원을 얻기 전에 이미 심겨져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첫 문장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떤 사람이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가 소유한 포도원에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포도원이니 포도나무는 당연히 심겨져 있었을 것입니다. 무화과나무가 포도원에 있다는 것이 무화과로서는 좋은 조건일까요? 많은 주석가들은 그렇게 이해합니다. 포도원은 기름진 땅이고 포도나무가 귀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거기에 무화과나무가 심겨졌으니 무화과나무 역시 상당한 관심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권을 누리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으니 찍어 버릴 수밖에 없는 죄를 지었다는 해석입니다. 이건 전통적으로 죄를 짓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가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 무화과나무는 한 그루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관심이 포도원을 가득 채운 포도나무들에 집중된 그 공간에서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재배에서 출하까지 모든 스케쥴은 포도나무에 맞추어져 있었을 것입니다. 무화과나무는 더운 여름에 열매를 내는데, 포도는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포도나무는 건조한 기후에는 잘 견디지만 추위와 병충해에는 약하다고 합니다. 반면에 무화과나무는 잎이 크고 잎에서 수분 증산량이 많아 가뭄에는 약한 편이라고 합니다. 또한 뿌리 분포가 얕아 제초제를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잘 자랍니다. 그러니 무화과나무에게 포도원의 조건은 그다지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포도원 주인이 보기에 열매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없느니만 못합니다. 따라서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찍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즘 말로 경영의 합리화라고 합니다. 포도원지기가 주인에게 간청합니다.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이 말은 작년에도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금년에도 그대로 두라는 요청입니다. 아마도 포도원 주인은 올때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찍어버리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인의 태도는 당시 사회의 일반적인 기대 수준을 보여줍니다. 물론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열매를 맺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 효용가치로 인간을 평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을 해고시키는 것은 회사의 경영을 합리화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쓸데없는 인건비의 낭비를 줄여 회사의 경영을 순조롭게 하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유의 마지막에 포도원지기가 말합니다.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그동안 이 무화과나무는 돌보지 않고, 그저 열매만을 따먹으려고 했던 이 포도원주인에게 포도원지기가 한 말입니다. “이제는 내가 이 무화과나무를 돌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방치해놓았으니 열매가 없는 것이지, 그것은 무화과나무의 잘못이 아니라고 포도원지기는 생각한 것입니다. “이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이 말은 어쩌면 이런 의미인지도 모릅니다. “주인님, 어찌 땅을 파주지도 않고, 또 거름도 주지 않고, 열매만을 바라십니까? 보십시오. 내가 이제 땅도 파주고 거름도 줄테니, 내년에 어떻게 되나 보십시오.”
제가 바라본 이 비유에서 포도원지기는 하나님이 아니라 아무런 노력이나 배려도 없이 노동자들의 성과만을 요구하는 경영인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권력자에 의해 무기력하게 착취당하고 죽임당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들의 죄 때문이라고, 그들의 문제라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힘없는 백성들은 마치 포도원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처럼 이 사회에서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가차없이 찍어버리려는 우리의 사고의 틀 속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이제는 내가 땅도 파주고 거름도 주고 돌봐줄 것이다.”제가 생각하는 주님의 모습은, 못났든 잘났든, 성과를 내든 못 내든, 우리를 ‘우리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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