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님의 일, 사람의 일 |
 |
한성수 목사 |
 |
2018년 3월 18일 |
|
|
 |
21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
22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23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23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24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마태복음 16:21-24) |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놀라운 기적의 역사를 보고,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정작 예수님께서 인간 세상으로 오신 목적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궁금하셨기에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문제의식 없이 만사형통으로만 예수님을 믿고 있는지, 그래서 기적의 능력에만 도취되어 세속의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만을 가지고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여기에 베드로는 예수님의 우려를 한 번에 없애 버리는 흡족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마16:16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베드로는 말하기를, 예수님은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구세주, 즉 그리스도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구세주는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보내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같은 대답을 듣고서, 너는 복 있는 자요, 너에게 그 대답을 주신 것은 하나님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반석이라는 뜻을 가진 너의 이름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였습니다. 몇 차례 말씀을 드렸지만, 이 말씀은 베드로라는 한 개인의 이름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베드로가 고백한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교회는 예수를 나를 살리실 구세주로 믿고 고백하는 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것입니다. 그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리고, 그리고 세상을 향해 구원의 빛을 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신앙고백을 확인하고 나서는, 이제 자신에 나아갈 길을 구체적으로 말씀합니다. 그것은 곧 십자가 고난과 죽음의 길이었습니다.
마 16:21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
이 때로부터라는 시점은,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은 때로부터입니다. 그 때로부터 예수님은 당신이 걸어갈 본연의 길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십자가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분명하고도 단호한 십자가의 길을 듣고서 베드로는 두 손을 들어 반대합니다. 어떻게 주님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절대로 그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한사코 말렸습니다. 그랬더니 예수님은 엄하게 베드로를 꾸짖었습니다. 십자가 길을 가로막는 베드로를 사탄이라 불렀습니다.
마 16:22-23 “22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23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십자가 고통과 죽음의 길을 막는 베드로를 향해서,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말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입니다. 베드로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했기에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하러 오신 것입니다. 병을 고치되 의사가 본업이 아닙니다. 오병이어로 주린 자를 배불리 먹였어도 복지를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유대교 대제사장과 율법학자와 바리새인들의 불의와 잘못을 꾸짖었지만 사회개혁가나 정치인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오직 예수님은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영혼을 구하는 것, 생명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영혼을 구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위해서 병도 고치고 주린 자를 배불리 먹이시고 세상의 불의를 꾸짖었던 것입니다. 치유역사나 나눔의 삶이나 개혁적인 행동이 생명구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향한 교회의 행동은 정치와 다르고 영리를 추구하는 의술과 다르고 사회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NGO와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말 그대로 사람이라는 한 개인의 일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육의 삶, 세상의 일을 말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의 일이, 십자가에 걸림돌이 되고 심지어는 사탄의 일과 동일한 것이 되는 것입니까? 사람의 일이 영혼구원의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십자가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일이 하나님의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두가 십자가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일이 사람의 일로만 머무르고, 하나님의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곧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삶과 탐욕의 삶을 말합니다.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모두가 사람의 일을 행하면서 살아가지만, 믿는 자는 자신의 일을 하나님의 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결정적인 실수는 입술로의 고백은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이었지만, 마음의 생각과 행동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었기에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자로 책망을 들었던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면서 나를 따라오라고 하면서, 나를 따르는 것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마 16:24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예수님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라고 하였습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은 곧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 곧 자기의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곧 사람의 생각을 부인하는 것이요, 사람의 생각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이란, 생명구원과 무관한 이기적인 생각, 나의 탐욕만을 위해 달려가는 삶을 말합니다. 세상에서는 그것이 통용될 수 있지만, 예수를 믿고 따르는 자에게는 그러한 삶이 통용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강도 만난 자를 보고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에 매인 자는 강도만난 자를 보고서도 지나칠 것이지만,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는 자는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만나 피 흘려 죽게 된 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나귀에 태워서 주막집으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포도주를 부어 상처를 씻기고, 약 대신 기름을 부어 상처를 감쌌습니다. 그리고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나서 자신의 노잣돈을 주막 주인에게 맡기면서 비용이 모자라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 줄 테니 이 사람을 잘 돌봐달라고 하면서 길을 떠납니다. 강도만난 자는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그를 극진히 돌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이 바로 이웃사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웃 사랑은 생명을 살리는 일로 귀결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이웃 사랑은 자기희생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강도만난 자를 살리기 위해서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자신의 시간적 물질적 육체적 비용을 모두 내어 놓았습니다. 자기희생 없이는 결코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시간도 비용도 육체적 수고도 아낌없이 내어 놓아야 합니다. 이 자기 희생이 바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이기심, 무관심,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인색함 등을 모두 부인하고 그것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십자가의 길을 걷는 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십자가의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보게 됩니다.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살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자기의 목숨을 내어 놓고 남을 살린다는 것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희생의 삶입니다.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감람산에 올라가서 기도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는 이 희생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평소에 기도하러 자주 올랐던 감람산으로 갔습니다. 예수님은 좀 더 높은 곳으로 따로 올라가셔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십자가의 쓴잔을 내게서 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원한다고 기도하였습니다.
마태 26:42 “다시 두 번째 나아가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고”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의 잔을 내게서 비켜가게 해달라고 두 번씩 기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원대로 되기를 원한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하나님의 뜻대로 결국 십자가 죽음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예수님조차도 육을 입어 오신 인간 예수의 생각에 머무를 때에는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이 일을 어떻게 극복하였습니까? 기도로서 극복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부인하는 십자가 기도를 할 때에, 땀 흐르는 것이 피처럼 보였다고 누가복음 22장 44절은 전합니다. 땀이 피처럼 흐르는 그러한 간절한 기도를 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감람산 기도가 간절했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 역시 베드로처럼 어렵고 힘든 길, 좁고 험한 길을 피하고 쉽고 넓은 길을 걸으면서 예수를 믿고 싶을 것입니다. 가급적 십자가 고통 없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영광을 얻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사람의 일이요, 사탄의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쉽고 편한 것만을 취하려는 사람의 생각, 육적인 유혹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기도입니다. 간절한 기도입니다. 그러니까 간절한 기도란 육의 소욕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영적인 성찰을 말하는 것입니다. 소리를 내어 기도하던, 통성으로 기도하던, 방언으로 기도하던 아니면 침묵으로 기도하던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각을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는 영적성찰이 있는 것이 간절한 기도인 것입니다. 영적성찰이 있는 이 간절한 기도만이 육체의 소욕을 버릴 수 있으며, 사람의 일을 하나님의 일로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일을 위해 기꺼이 내 시간, 내 비용, 내 육신의 노력을 모두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순절 다섯째 주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사람의 일을 버리고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나님의 일을 행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생명이 살아나는 영혼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