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로보니게 여인의 믿음 |
 |
한성수 목사 |
 |
2024년 5월 12일 |
|
|
 |
예수께서 일어나사 거기를 떠나 두로 지방으로 가서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하나 숨길 수 없더라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에 엎드리니
그 여자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내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하시매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본즉 아이가 침상에 누웠고 귀신이 나갔더라
(마가복음 7:24~30) |
어버이 주일입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님의 은혜를 잊고 살아왔던 불효를 어버이날, 또는 어버이 주일을 통해서 반성하게 됩니다. 살아생전에 효를 다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이 땅에서 뵐 수 없을 때, 후회를 합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효의 덕행은 유교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실 때에,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행할 도리 중, 첫 번째 계명으로 부모공경을 주셨습니다.
십계명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법도를 4개의 계명으로 명시하고 이어서 사람에 관한 계명을 주셨는데 그 첫 계명이 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출 20:12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하나님은 인간의 도리에서 으뜸되는 것을 부모공경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도리를 다할 때, 땅에서 장수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십계명 중에서 유일하게 축복의 약속이 있는 계명이기에 약속이 붙은 첫 계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부모공경을 강조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땅에 선교사들이 처음 복음을 전할 때, 기독교는 부모공경이 없는 무례한 종교라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순교를 당하였는데, 하나님께서 명한 효의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였기에 그러한 아픈 역사를 겪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무튼 하나님께서 부모공경을 첫 번째 계명으로 두신 것은,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어버이의 은혜를 기억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 보이신 것입니다.
오늘은 본문에 등장하는 수로보니게 여인을 통하여 그의 믿음과 자식 사랑에 대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의 일상은 복음전파와 더불어 병치유와 이적사건으로 이어지는 쉼 없는 사역의 연속이었습니다. 마가복음을 중심으로 보아도, 오늘 본문인 7장 이전에는 이미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이셨고, 제자들 앞에서 갈릴리 호수 위를 걸으셨고 그리고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서 온 수많은 자들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쉴 틈 없이 모여드는 무리들을 피해서 갈릴리에서 서쪽 끝에 있는 두로라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두로는 이방지역이었고 지중해 해변에 있는 항구도시였습니다.
왜 예수님은 낮선 이방도시로 가신 것입니까?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역을 피해 잠시 쉬기 위해 그곳으로 간 것입니다. 홀로 영적 재충전을 하여야 할 텐데, 갈릴리에서는 더이상 쉴 수가 없으니 바다 끝자락에 있는 항구로 간 것입니다.
막 7:24 “예수께서 일어나사 거기를 떠나 두로 지방으로 가서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하나 숨길 수 없더라”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했다는 것은, 지중해 해변의 도시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셔서 쉬고 계시다는 소문이 아름아름 퍼졌습니다. 이 소문을 듣고서 급히 달려온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귀신들린 딸을 가진 어머니였습니다.
막 7:25-26 “25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 아래에 엎드리니 26 그 여자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내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병든 딸을 가진 한 여인이 아무도 모르게 쉬고 계시는 예수의 소문을 듣고 급히 달려 왔는데, 그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었다고 합니다.
신약 성경에서 헬라인이라는 표현은 히브리말을 쓰지 않는 이방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로보니게 족속은 시리아에 있는 보니게 지방 족속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완전한 이방인이라는 것인데, 이방여인이 아무도 모르게 쉬고 계시는 예수님을 기꺼이 찾아서 급히 달려왔다는 것과 그리고 주님의 발아래 엎드려 하소연했다는 것은,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한 갈망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의 발아래 엎드려서, 자기 딸에게서 귀신을 쫒아내 주기를 간구하는 이 여인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막 7:27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자녀에게 먹일 떡을 먼저 그들에게 주어 배불리 먹게 할 것인데, 그 떡을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마땅치 아니하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자녀는 이스라엘 백성이요, 개들은 이방인들입니다.
여기서 개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퀴나리온’인데 그것은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정도입니다. 자녀에게 줄 떡을 강아지에게 줄 수 없다는 정도로 해석한다해도, 이방인을 개라고 표현하였으니 수로보니게 여인에게는 모욕적인 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이 이방여인은 이방인을 멸시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막 7:28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주님의 말씀이 옳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먼저 택하셨으니 그들에게 능력의 은혜를 우선적으로 베푸는 것이 맞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은혜의 부스러기도 좋사오니, 나에게 보잘 껏 없는 부스러기 은혜라도 주신다면 기꺼이 받아먹겠다고 하였습니다.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라는 여인의 대답은 먹다남은 부스러기 은혜라도 좋으니 그 은혜를 내려 달라고 한 것입니다. 부스러기 은혜라도 달라고 간청한 것은, 예수님을 향한 믿음이 얼마나 굳건하고 확고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밀히 쉬고 계시는 예수님의 거처를 찾아서 기꺼이 달려온 것부터가, 믿음의 확신이 있었기에 달려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은혜 베풀기를 거절한 예수님의 말씀, 그것은 당신을 찾은 여인의 믿음의 진정성과 문제해결의 열정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서 잠시 목회의 현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예수님이 담임 목사가 되어 수로보니게 같은 여인에게 하나님의 소중한 은혜를 개들에게는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을 때, 이 시험을 통과할 교인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예수라는 목사를 비난하고 교회를 떠났을 것입니다. 결국 그는 딸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세상을 방황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수로보니게 여인은 달랐습니다. 상아래 떨어진 부스러기라도 기꺼이 먹겠다고 고백함으로써, 그의 믿음은 진정성을 인정받고 예수님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막 7:29-30 “29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하시매 30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본즉 아이가 침상에 누웠고 귀신이 나갔더라”
29절에서 예수님은, 이방여인이 “이 말을 하였으니”라고 하였은데, 이 말은 곧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라고 하였던 28절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이 한 말을 듣고나서 딸의 병을 고쳐 주었는데, 그 말은 바로 “부스러기라도 좋아오니 기꺼이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병행구절인 마태복음 15장 28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마 15:28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하시니 그 때로부터 그의 딸이 나으니라”
예수님은 여인이 “상아래 부스러기도 좋다” 한 말을 듣고서,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여인의 큰 믿음을 보시고 그의 딸을 낫게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상 아래에 떨어진 부스러기 같이 작고 볼품없는 믿음이 큰 믿음으로 변하였습니다.
믿음의 크기는 무엇으로 결정됩니까? 예수님은 무엇을 보고 믿음을 평가합니까? 그것은 마음속에 담겨진 진실되고 간절한 모습입니다. 믿음의 크기는 외모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정작 하나님의 자녀라고 칭함을 받았던 이스라엘 백성은 겉치레와 형식에 빠진 위선적인 믿음으로 인해 은혜의 떡을 받아먹지 못하고, 참된 믿음을 가진 이방인이 먼저 은혜의 떡을 먹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사건이 있기 전, 이사야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위선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의 믿음을 책망하였던 것입니다.
막 7:6-8 “이르시되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7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8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
믿음의 평가는 겉으로 드러난 형식이나, 공허한 입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로보니게 여인을 통해서 겉사람은 볼품없지만, 중심에서 우러나는 믿음이 큰 믿음이요, 그 믿음으로 문제해결의 응답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 역시 외식과 입술과 형식의 믿음을 버리고, 부스러기라도 사모하는 간절한 믿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 믿음이 큰 믿음이요, 그 믿음이 병을 낫게 하고, 그 믿음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이제 잠시 본문의 해석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어버이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어버이은혜’의 노래 가사에 나오듯이, 낳으시고 기르신 어버이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고 깊습니다. 그 은혜는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면서 자식을 키운 은혜입니다. 그러니까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존재는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수로보니게 여인을 통해서 어버이의 은혜를 보게 됩니다. 특별히 어머니의 은혜를 보게 됩니다.
병든 딸을 고치기 위해 은밀히 쉬고 계시던 예수님을 기꺼이 찾아 나선 어머니, 개들에게 줄 수 없다는 떡을, 상아래 개들도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라고 하면서 끝까지 예수님을 붙든 어머니, 그래서 결국에는 딸의 병을 고친 어머니! 그 어머니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병든 딸을 살리겠다는 그 모성은 세상 어머니들이 가지고 있는 모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로보니게 여인은 세상과 다른 모성을 가졌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식을 향한 열정이 믿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한 그 열정이 예수를 만나는 동기가 되고, 그 동기가 믿음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매달마다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를 합니다. 그 기도제목이 주보에 실립니다. 그런데 세 번째 기도제목은 항상 자식을 위한 기도입니다. 세상의 의를 위하여 기도할 수 있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과 나라를 위하는 큰 기도로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지만, 자식을 위한 기도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하나님을 만날 수 있으며 예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위한 기도가 응답됨으로서, 그를 통해서 세상의 의를 이룰 수 있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기도로 키운 자식은 결국 믿음의 일꾼이 되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의의 자녀가 된다는 점에서 자녀의 기도는 세상의 의를 위한 기도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무자했던 한나는 기도로서 사무엘을 얻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사무엘을 얻게 되자, 어머니 한나는 사무엘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기로 서원합니다. 어머니 한나의 기도로 자란 사무엘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사가 되고 선지자가 되었습니다. 왕이 없던 이스라엘을 왕정국가로 세우는 기초를 놓았습니다. 초대왕 사울도 사무엘이 세웠고, 두 번째 왕 다윗도 사무엘이 세웠습니다. 어머니 한나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자녀가 모두 사무엘 처럼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일을 감당하든지 어머니의 기도로 세워진 자녀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기도의 자녀를 들어서 의의 도구로 쓰시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무엘이라는 자식에게 한나라는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수로보니게의 여인과 같은 모습입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이 딸의 병을 고치고자 예수를 만났듯이, 자식이 없었던 한나는 사무엘이라는 아들로 인하여 평생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어머니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하나님께 엎드리고, 자식을 위해 예수 앞에 엎드리는 어머니입니다. 물론 우리의 아버지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버지 역시 자식을 위해 주님께 마음을 다 바쳐 엎드리는 아버지입니다.
따라서 자녀된 입장에서 부모를 바라볼 때, 우리의 어버이는 당신의 자녀를 위해서 부스러기라도 좋으니, 그 은혜를 사모하며 평생을 살으신 믿음의 부모였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스러기 은혜라도 좋으니 그 은혜를 사모하면서 살으셨던 어버이의 믿음의 수고를 깨달을 때, 우리는 효와 공경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그리고 한나처럼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은혜를 구하는 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된 세대는, 나를 위해 평생 눈물로서 기도하시고, 은혜를 갈망하였던 부모님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게 되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의 계명을 지킴으로써, 하나님께서 주신 이 땅에서 잘되며, 장수와 건강의 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