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삼 일에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
 |
한성수 목사 |
 |
2025년 4월 20일 |
|
|
 |
1. 안식 후 첫날 새벽에 이 여자들이 그 준비한 향품을 가지고 무덤에 가서
2. 돌이 무덤에서 굴려 옮겨진 것을 보고
3. 들어가니 주 예수의 시체가 보이지 아니하더라
4. 이로 인하여 근심할 때에 문득 찬란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곁에 섰는지라
5. 여자들이 두려워 얼굴을 땅에 대니 두 사람이 이르되 어찌하여 살아 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6. 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
7. 이르시기를 인자가 죄인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삼일에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셨느니라 한대
(누가복음 24:1~7) |
우리는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 사순절 순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순례의 종착점은 어디입니까? 무덤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은 무덤에 안장되었습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총독 빌라도에게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 오고, 니고데모는 유대인의 장례 법대로 주님의 몸에 몰약과 침향을 바르고 세마포로 싸서 새 무덤에 안장하였습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시고 돌아가셨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왜 예수님은 완전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까? 그것은 인간의 죄를 소멸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주홍같이 붉은 죄를 눈과 같이 희게 하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무덤에 안장되신 것입니다.
그런데 사순절 순례는 무덤에서 멈추었지만, 이제 새로운 생명을 위한 꿈틀거림이 있었습니다. 안식일이 지난 주일 새벽,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것입니다. 무덤 안에서의 사흘은 죽음의 시간이 아니라, 부활을 잉태하는 생명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혹한의 겨울을 죽은 듯이 보낸 나무들이 봄을 맞아 새순을 틔우고 화려한 꽃을 피우듯이, 그래서 겨울은 나무에게 봄을 준비하는 생명의 시간이었듯이 무덤 안의 시간이 그랬습니다.
우리에게도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의 시간이 있고, 어두운 무덤에 머무는 절망의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리고, 함께 무덤에 거한다면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고통과 시련은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게 하는 유익이 될 것입니다.
다시한번 사순절을 돌이켜 봅시다. 사순절 묵상을 통해서 우리가 새롭게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사순절의 종착지가 무덤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부활절 전날에 사순절이 끝나게 되는데, 부활절 전날, 그러니까 안식일이자 토요일인 부활절 전날, 예수님께서는 무덤에 계실 뿐입니다. 아무런 사건도, 아무런 말씀도 없습니다. 열심히 사순절 순례길을 달려왔더니, 결국에는 무덤에 도착한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 그 예수님의 시신을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찾아옵니다. 예수님께서 사형수를 못박아 죽이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다는 분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열두제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열두제자조차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담대히 총독 빌라도를 찾아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갑자가 등장한 아리마대 출신인 요셉은 누구입니까?
누가복음에는 공회의원으로서 의로운 자요,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자라고 고 적고 있습니다.(눅 23:50-51) 공회의원은 요즘으로 치면 국회의원입니다. 그리고 요한복음에는 예수를 따랐던 제자였으나, 유대인들이 두려워 예수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 숨긴 자라고 합니다.
요 19:38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
워낙에 유대인들이 선민이라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하나님의 아들이자, 육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님을 배척하고 미워했기 때문에, 요셉은 자신의 믿음을 숨겼던 것입니다. 국회의원이요 의로운 믿음을 가진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찾아와서 니고데모와 함께 골고다 언덕에서 가까운 동굴 무덤에 예수님을 안장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무덤에 안장하는 것이 사순절의 종착지입니다. 그런데 사순절이 이렇게 끝나고 만다면 참으로 허무한 것이죠. 그러나 끝은 여기가 아니었습니다. 조용한 무덤,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무덤은 부활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안장된지 사흘 후에 부활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심으로 고난주간의 참담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우선 십자가에 대한 의미가 달라집니다. 십자가는 사형을 선고받은 죄인의 형틀입니다. 그것은 사망을 의미할 뿐입니다.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활로서 십자가는 사망에서 생명으로 변화됩니다.
십자가의 세상적인 용도는 죄인을 못 박아 죽이는 형틀이지만, 영적으로는 인간의 죄를 못 박아 소멸시키는 죄사함의 형틀인 것입니다. 따라서 십자가는 사죄와 용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덤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무덤은 산자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죽은 자가 머무는 곳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무덤은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소망이 없는 죽은 공간이요 절망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무덤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잉태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무덤은 영적으로 어떤 곳입니까? 세상에서 실패하여 좌절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순간이 무덤입니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고, 더 이상 미래의 꿈을 꿀 수 없는 공간이 무덤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무덤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절망과 좌절과 어둠의 공간을 뚫고 나와서 빛과 생명의 세상으로 나오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모든 인생은 때때로 십자가 죽음과 같은 고통과 시련의 순간을 맞이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무덤과 같은 절망과 좌절의 순간을 맞이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순풍에 돛단 듯이 흘러가는 인생은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고난과 역경을 맞이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입니다. 산을 삼킬 듯한 사나운 폭풍도 만나고 거센 비바람도 만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이 시련의 비바람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바로 부활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을 이기는 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은 지금, 여기의 고난과 시련과 좌절을 현재의 희망과 기쁨으로 바꾸는 힘이요 능력입니다. 이것이 부활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바울의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고전 15:42-44 “42 죽은 자의 부활도 그와 같으니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43 욕된 것으로 심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44 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나니 육의 몸이 있은즉 또 영의 몸도 있느니라”
부활은 단지 육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넘어서서, 욕된 삶이 영광스러운 삶으로 거듭나는 것이요, 약한 삶이 강한 삶으로 거듭나는 것이요, 육의 몸이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깊게 말씀을 연구하고 설교를 준비하였던, 우리 교단의 선배목사인 강일상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쓴 설교집은 거의 모두가 절판이 되었는데, 예를 들어 “그 사람, 어디로 가더냐”라는 설교집은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7만원에서 10만원까지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강 목사님은 부활을 과거의 사실과 미래의 희망으로만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분이 말하는 부활은 현재적 부활입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부활이기에, 부활은 죽음 다음의 일로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 속에서 날마다 경험하는 현재적 실재라고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의 부활의 역사가 고난받는 현실의 한 가운데서 날마다 경험되는 것이 부활이라고 합니다. 다시말해 부활은 현재적 사건이기에, 부활의 믿음은 지금, 여기서, 실족한 삶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5.18 민주화사건을 배경으로 쓴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날의 희생과 죽음은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오늘 살아있는 자들에게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활의 측면에서 본다면, 희생자의 죽음은 더 이상 과거의 역사에 가두어져 있지 아니하고, 다시 살아나서 산 자들에게 오늘 어떤 모습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우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 얘기는 현재적 부활과 같은 의미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과거의 사건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문의 말씀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직 부활의 예수를 만나지 못했던, 갈릴리의 여인들은 주일 새벽에 예수님을 안장한 무덤을 찾았습니다. 주님의 시신에 발라드릴 향품을 가지고 무덤을 찾았는데, 무덤 문을 막았던 육중한 돌이 옮겨져 있었습니다. 여인들이 무덤 안으로 들어가니 더 이상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인들은 놀라워 하면서 크게 근심하였습니다. 누가 주님의 시신을 가지고 갔을까를 생각하고 근심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가 찬란한 옷을 입은 두 명의 천사가 나타나서 말씀합니다. 어찌하여 살아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고 하였습니다.
24:1-7 “1 안식 후 첫날 새벽에 이 여자들이 그 준비한 향품을 가지고 무덤에 가서 2.돌이 무덤에서 굴려 옮겨진 것을 보고 3.들어가니 주 예수의 시체가 보이지 아니하더라 4.이로 인하여 근심할 때에 문득 찬란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곁에 섰는지라 5.여자들이 두려워 얼굴을 땅에 대니 두 사람이 이르되 어찌하여 살아 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6.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라 7.이르시기를 인자가 죄인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삼일에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셨느니라”
두 천사는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진 무덤 안에서 근심하고 있는 갈릴리의 여인들에게, “어찌하여 살아 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더 이상 여기, 무덤에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천사는 평소 갈릴리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보라고 합니다. “내가 죄인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무덤에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우리는 무덤 밖에서 살아있는 예수님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죽은 자 가운데서 예수님을 찾는다면, 그것은 저 갈릴리의 여인들처럼, 근심과 두려움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순절 순례의 종착지는 무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안장한 무덤은 부활을 준비하는 생명의 공간이었습니다.
복음의 말씀은 무덤에서 끝나지 않고 새롭게 시작됩니다.
사흘이 지난 주일 새벽, 새로운 빛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부활 사건입니다.
사망의 어둠에서 생명의 빛으로 살아나신 예수, 그와 함께 한다면, 죽음의 십자가가 생명의 십자가로 변하는 것입니다. 무덤같이 어두운 세상을 벗어나 빛이 충만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활의 예수를 만나야 합니다. 장차 내가 죽어서 경험하는 미래의 부활로서 주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만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활 신앙은 현재적 부활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죽은 자가 아니라 내 삶 가운데서 살아있는 주님으로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 때에, 무덤으로 비유된 내 인생의 절망과 고통의 시간은, 오히려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소망의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의 삶 가운데서 부활의 예수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다시사신 주와 더불어 고난과 시련을 이기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활의 믿음으로 일어서고, 부활의 능력으로 소망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