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형 에서를 속이고 장자권을 가로챈 일로 인하여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을 갑니다. 야곱은 조카를 품삯 없는 종으로 부렸던 라반의 비열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축과 네 아내와 열둘의 자녀를 얻어서 금의환향합니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를 위협하는 두려움이 야곱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그것은 형 에서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이십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장자권을 빼앗긴 분노에 찬 에서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서 오백 오십 마리의 가축 떼를 선물로 보냈건만 만남의 두려움은 여전했습니다.

야곱은 요단강 지류인 얍복강을 앞에 두고 홀로 밤을 지새웁니다. 깊어 가는 밤, 꿈속에서 야곱은 한 사람을 만나 씨름을 하게 됩니다. 날이 새도록 승부가 나지 않자 그 사람은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지루한 싸움을 끝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 다리를 절면서도 야곱은 자신을 축복하지 않으면 당신으로 놓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야곱의 이름을 물으면서 이제 너를 야곱이라 부르지 않고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라 하시고 야곱을 축복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기다”라는 뜻입니다. 한 밤중에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을 하였던 것입니다.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여서 얻은 축복은 새로운 이름이었습니다. 이제 야곱은 “속이다, 발꿈치를 잡다”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하나님과 당당히 겨루어 이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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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을 겨루어 이긴다는 의미를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감히 하나님을 이길 수 없을 진데, 그것은 기도로 하나님을 감동시켰다는 것입니다. 선지자 호세아는 얍복강 씨름을 기도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에서를 만나는 두려움을 놓고 야곱은 하나님께 절체절명의 기도를 올렸던 것입니다. 그 기도가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었기에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십년 전, 야곱이 취한 장자권의 축복은 탐욕으로 물든 육적인 축복에 불과했습니다. 형을 속여서 취한 부정한 방법의 결과는 두려움과 근심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무수한 가축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향한 치열한 기도로 얻은 축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장에 야곱은 브니엘의 아침 해를 맞으면서 에서를 만나러 나아갑니다. 더 이상 야곱에게는 어둡고 두려운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형을 만날 때에 야곱은 일곱 번 큰 절을 올리게 되고, 두 형제는 눈물의 재회를 하였습니다.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창 33:3-4) 세상의 축복으로는 눈물과 기쁨과 화해의 감동을 이루어 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탐심으로 인해 가족이 분열되고 이웃이 멀어지고 물질의 장벽만이 높아질 뿐입니다. 그러나 기도로 얻은 축복,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얻은 축복, 그 축복은 나눔과 화해와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야곱은 환도뼈가 부러지는 처절한 기도로서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발꿈치를 잡는 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마음에 두려움과 근심과 염려를 가지고 사는 자가 아니었습니다.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나눔의 삶, 화해의 삶, 화평의 삶을 살아가는 믿음의 선조가 되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는 어떤 축복을 받아야 합니까? 우리는 야곱의 축복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의 이름으로 하나님과 씨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무엇이든지 아버지께 구하는 것을 내 이름으로 주시리라”(요 16:23)하셨으니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할 때 우리의 기도가 응답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내 인생의 얍복강에서 하나님과 기도로 씨름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을 이기는 기도, 다시말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받은 그 축복이 나눔과 화해와 평화의 도구로 쓰여 지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