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 (요한복음 13:12-17)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갈 자신의 마지막 공생애의 일정을 하루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3년 동안 동고동락하였던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 줍니다. 열두제자들의 발을 다 씻기고 나서 예수님은 자신이 손수 발을 씻어준 의미를 설명합니다. “저희 발을 씻기신 후에 옷을 입으시고 다시 앉아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12-15)  

일반적으로 발을 씻는 일은 누구의 몫입니까? 종이나 하인의 몫입니다. 세상의 온갖 먼지와 티끌이 모여 있는 발을 씻는 것은 신분이 낮은 자가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종이나 하는 일을 당신 스스로가 하셨습니다. 더욱이 “내가 주와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다”고 하시면서 기존의 상식을 무너뜨렸습니다. 주님이시요 선생이신 예수님은 당신의 권위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권위가 아니라, 아래서부터 섬기는 것에서 비롯됨을 손수 보여 주셨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까? 열두 사도로 일컫는 제자들, 그들은 오늘날로 말하면 최상위에 있는 종교 지도자들인데, 장차 기독교를 이끌어 갈 리더들에게 겸손의 덕목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지면 겸손의 종교인 것입니다. 겸손을 잃어버린 사랑은 위선적인 사랑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그것은 저 바리새인처럼 내 일신과 가족과 내 이웃만을 사랑하는 이기적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것입니다. 목사의 권위는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까?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다시말해 성도들을 섬김으로부터 목사의 권위가 나오는 것입니다. 발로 상징된, 소외되고 버림받고 외면당한 고단한 삶을 찾아가 저들의 심령을 위로하고 껴안아 주는 것으로부터 목사의 권위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장로의 권위는 어디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섬김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특별히 고난당한 성도들의 형편을 먼저 돌아보고 그들을 찾아가 위로할 때, 장로의 권위는 견고하게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에 침투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자신의 사도권을 음해하는 거짓교사들을 향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우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주 되신 것과 또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너희의 종 된 것을 전파함이라”(고후 4:5) 사도바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되심을 전한다고 합니다. 이어서 우리 사도들이 너희의 종이 된 것을 전파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바울을 포함한 사도들이 성도들의 종이 된 것을 전파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예수님처럼,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심정으로, 고난당한 성도들의 눈물과 고통을 위로하고 돌보는 주의 종이 되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순절 다섯째 주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을 보아야 합니다. 특별히 교회를 이끌어 가고 믿음의 본이 되어야 할 목사와 장로는, 발을 씻는 심정으로 교회와 성도들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겸손과 섬김의 도를 실천할 때 건강한 영적권위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이어서 그 섬김의 도가 실천되어지고 본으로 보여짐으로써, 믿음의 공동체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돕고 세우는 사랑의 공동체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주와 선생으로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겸손과 섬김의 삶을 본받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강동교회를 고난당한 삶과 소외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돌보는 섬김의 공동체로 만들어가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