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연세드신 권사님들이 교회 가까이로 이사를 오셔서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게 계셨습니다. 여생을 교회와 더불어 주와 함께 살다가 가시겠다는 믿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신앙생활을 하였던 모 교회에 월남하여 홀로 사시는 권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분 역시 교회 옆에 집을 얻어 평생 주의 전을 위해 헌신하셨는데, 주일마다 1부 예배에 나오셔서 교회 불을 켜고 주보를 정리하고 그리고 안내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일 아침에 권사님이 보이지 않아 댁으로 가보았더니 권사님은 이부자리에 반듯하게 누운 채로 소천하셨습니다. 머리맡에 유서가 놓여져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북에서 홀로 남한으로 내려와서 살았던 삶은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었지만, 주의 전이 가까이 있어서 나는 늘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하늘나라로 가면, 이집의 보증금은 나를 평생 지켜준 교회에 헌금으로 바치겠다고 썼습니다. 권사님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예견하고 평소에 유서를 미리 작성하여 잠자리에 함께 두고 주무셨던 것입니다. 교회는 권사님의 장례를 엄숙하게 치루어 드렸습니다. 특별히 교회의 청년들이 권사님의 자식이 되어서 모든 장례 절차에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청년들은 교회에서 마련한 경기도 포천의 장지까지 따라가서 권사님을 운구하고 천국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였습니다.

저는 권사님의 삶을 돌아보면서, 교회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분에게 교회란 마음의 본향이었습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를 전혀 모른 채 홀로된 삶을 살아가면서 교회는 그분에게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교회를 가까이 두고,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다가 영원한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시편 시인 역시 마음과 육체가 쇠하도록 주의 전을 사모한다고 합니다. 시인은 공중의 새를 비유하면서, 성전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사는 참새와 제비가 부럽다고 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시인은 새들조차도 부러워하면서 육신이 쇠약하도록 성전을 그리워하였던 것입니까? 그것은 주의 전을 통하여 마음의 위로를 얻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이 눈물 골짜기로 지나갈 때에 그 곳에 많은 샘이 있을 것이며 이른 비가 복을 채워 주나이다”(시 84:6) 여기서 눈물 골짜기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련의 시기를 말하는 것이요, 그 때 내 지친 삶에 마실 물과 이른 비를 내려주신 것은 하나님의 위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생수같고 단비같은 하나님의 위로가 있었기에 시인은 주의 전에 거하기를 사모하였던 것입니다. 일찍이 하나님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 하듯이 너희를 위로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인즉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사66:13)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위로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따뜻하고 진실된 위로인데, 그 위로를 하나님께서 베푸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예루살렘에서 나의 위로를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주의 전에서 하늘의 위로를 받으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칼빈은 교회를 어머니와 같은 곳이라고 하면서 그곳에 어머니같이 온유하고 자비로운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어서 시인은 주의 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송하는 가운데서 하나님께 힘을 얻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주의 집에 사는 자들은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항상 주를 찬송하리이다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시 84:4-5) 그렇습니다. 우리는 주의 전에서 위로와 더불어 힘과 능력을 얻어야 합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을 앙망하는 자는 독수리의 날침 같은 힘을 얻을 것인데, 그는 달려도 걸어도 피곤치 않는 새 힘을 얻을 것이라고 합니다.(사40:3) 어떻습니까? 내가 인생의 눈물 골짜기를 지나면서 샘과 같고 이른 비와 같은 하늘의 위로를 받았다면, 이제 하나님께서 부어 주시는 새 힘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의 전에서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하는 것과 같은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루 종일 달려도 걸어도 피곤치 아니하는 하늘의 새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고단하고 무거운 짐진 세상을 이기고 승리하며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