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누가복음 10:25-29)

신디 시핸이라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시핸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전쟁에서 전사한 후 부시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냉담한 태도를 보고, 시핸은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집니다. 결국 그녀는 명분 없는 전쟁으로 무고한 젊은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전쟁을 막는데 앞장 서기로 결심합니다. 세월호 참사 일주기를 맞았던 지난 한주간, 우리는 광화문에 모인 유가족들을 과잉진압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유가족들의 상처받은 가슴과 영혼을 어루만지는 교감이 없는 지도자의 태도는 결국 유가족들로 하여금 진실규명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남미로 날아가 버렸고 비리 국무총리에게 국정을 맡기고 떠나버린 광화문 광장에는 애꿎은 경찰과 유가족들만 남았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요,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한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찾아와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행하며 살라고 말씀합니다. 예수님은 자기중심의 이웃개념에 빠져 있는 율법교사에게,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웃에 대한 개념을 내 중심에서 상대방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제사장과 레위사람은 못본 척 지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사마리아 사람은 저를 불쌍히 여겨 걸음을 멈추고 상처를 싸매 자신이 머무는 주막으로 데려와 보살펴줍니다. 예수님은 한편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율법교사에게 묻습니다. “이 세사람 중에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10:36) 율법교사에게 이웃은 강도만난 자를 못 본채 지나쳤던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같은,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내 맘에 드는 자들만을 내 이웃으로 사귀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이웃은, 강도만난 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웃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실은, 지도층에 속하는 대다수가 율법교사의 이웃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눈물과 한숨으로 고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백성들은 이웃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무고한 고통을 당하는 자, 강도를 당하여 피흘리고 신음하는 자, 도움이 없으면 이제 곧 죽게 될 절망의 상황에 놓인 자들을 찾아가 저들의 이웃이 되어 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는 어떤 이해관계나 전제조건 없이, 내 백성이 아파하니까, 저들의 금쪽같은 자식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으니까, 저들을 위로하고 저들에게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 저들의 한숨과 눈물은 참된 위로를 받고,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증오는 사라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도에 대해 살펴봅니다. 세월호를 가라앉게 만든 강도는 누구입니까? 우선은 구원파 이단입니다.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이요, 불법개조를 묵인한 비리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그 강도들이 내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녹을 먹고 있었으니,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도를 정죄하는 몫은 하나님께로 넘기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추수 때에 알곡과 가라지를 분별하고 불사르게 할 것이니 정죄는 하나님의 몫으로 남기라고 가르치십니다,(마 13:30) 따라서 세월호 유가족이 또는 민주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강도를 잡겠다고 나서는 것은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 누가 강도인지를 잊지 않아야 하고, 누가 슬픔을 당한 자인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위로하고 손을 잡아 주고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주되 잊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럴때에 추수 때가 되면, 성숙한 세월이 되면 진실은 자연히 밝혀 질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와 지도자가 절실합니다. 그리고 함부로 상대방을 정죄하는 혈기를 누그러뜨리는 절제와 평정심 역시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의 사랑으로 고난당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주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예수의 가슴으로 아픔을 당한 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그리하여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평화가 넘치는 은혜의 역사가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