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병을 앓고 있던 한 사람이 예수님께서 병을 고치신다는 치유의 소문을 듣고서 예수님을 찾아와 간청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능력을 확실하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율법에 의하면 철저하게 격리되어 살아야 하는 그가 엄격한 율법의 규정을 어기고 예수님을 찾아 왔다는 것 역시, 예수님의 치유능력을 굳건히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라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문둥병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당신의 손을 내밀어 그의 몸에 대시며 고쳐주셨습니다(막 1:41-42). 예수님의 치유능력을 믿었던 문둥병자는 예수님의 말씀의 능력으로 자신의 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먼저 모세의 율법에 따라 먼저 제사장을 찾아가서 네 몸을 보여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문둥병은 육신의 고통을 수반하는 질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과 격리되는 사회적 고통을 수반하는 질병이기도 하였습니다.

문둥병에 대한 구약의 율법 규정은 자신을 부정하다고 외치면서, 사람들과 격리되어 생활해야 한다고 레위기에 언급되어 있습니다(레 13:45-46). 그런데 그러한 문둥병자에게 예수님은 율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그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불쌍히 여긴다는 것은 헬라어로 “스플랑크니조마이”라는 말인데, 그것은 창자라는 명사에서 유래된 동사입니다. 불쌍히 여긴다는 동사가 창자라는 명사에서 나왔다는 것은, 창자가 끊어지듯 애끓는 마음을 가진다 뜻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온 문둥병자를 단장의 아픔으로 맞이하였던 것입니다.

더더욱 놀랍고 감격스러운 것은 예수님께서 친히 손을 내밀어 그의 환부를 어루만져주셨다는 것입니다.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하늘의 능력을 부여받은 예수님이기에 구태여 손을 내밀어 그의 아픈 육신을 만지지 않아도 낫게 할 터인데, 예수님은 말씀을 주시기 전에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먼저 손을 잡아 주셨던 것입니다.

이것은 복음이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님의 말씀인 복음은 상대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과 더불어, 직접 손을 내밀어 저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저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나라는 더 이상 눈물이 없고 아픔이 없는 곳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계 21:3-4).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먼 곳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난의 삶 속으로 들어오셔서 친히 눈물을 닦아 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하나님을 만남으로 우리는 더 이상 아픔도 고통도 없는 새로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결코 말씀만을 던지고는 병을 고치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마음으로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리고 직접 당신의 손으로 어루만지시면서 말씀의 능력을 행하셨습니다. 하나님 역시 친히 눈물의 삶을 어루만져 주심으로 모든 아픔과 고통을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이는 곧 내가 예수를 믿고 은혜를 받은 자라면, 고난당하는 모든 영혼과 생명과 사물에 대해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손을 내밀어 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온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첫 설교(눅 4:16-19)에서 이사야 61장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셨는데, 그것은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주고, 눈 먼 자를 보게 하고, 눌린 자를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주의 은혜가 충만한 세상이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문둥병자는 무엇을 상징합니까? 그는 곧 포로된 자요, 눈먼 자요, 눌린 자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육신과 영혼이 포로되고 눌린 자요, 진영 밖으로 쫒겨나 참 세상을 볼 수 없는 눈먼 자인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문둥병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손을 내밀어 그의 아픈 육신을 어루만져 주셨다는 것은, 주의 은혜의 해를 이루기 위한 구원의 사역을 행하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의 고단하고 연약한 삶을 불쌍히 여기시는 위로의 예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친히 손을 내밀어 나의 아픈 상처를 만지시고 낫게 하시는 치유의 예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육신과 영혼이 자유함을 입고 새하늘과 새 땅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