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탄절입니다. 2천 년 전에 오신 아기 예수를 오늘날에도 여전히 갈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아직도 이 땅에 죄악과 불의가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불완전한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해 죄악과 불의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해마다 주님 오심을 간절히 기다려야 할 것이며, 성탄을 통해서 다시한번 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하는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누가복음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라고 하면서 아기 예수의 오심은 평화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성탄과 평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는데 베들레헴은 “떡집”입니다.(베트=집, 레헴=떡) 더욱이 아기 예수님을 받아서 뉘인 곳은 말 구유였습니다. 구유는 먹이통입니다. 예수님은 떡으로, 양식으로 오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시고 나서는, “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6:35)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인류에게 양식을 주시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특별히 예수님은 육의 양식에 이어서 영의 양식을 주시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양식과 평화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그것은 땔래야 땔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양식이 넘치면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양식이 궁하면 세상은 흉흉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평화(平和)라는 한자어도 그렇게 말합니다. “화”和는 벼 “벼 화”(禾)자와 “입 구”(口)자로 되어 있습니다. 벼 이삭이 공평하게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평화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양식이 차별 없이 사람의 입으로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평화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양식은 어떤 양식입니까? 공평한 양식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차별없이, 조건이 없이 주어지는 양식이 예수라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이렇게 베들레헴 떡집에서 태어난 예수님은 모든 자에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생명의 양식이기에 그가 오심이 땅에는 평화인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욕심내고 다투고 분쟁할 필요가 없는 양식이기에 그리스도는 평화인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보십시오. 힘있는 사람마다, 힘있는 나라마다, 더 많은 땅과 양식을 차지하려고합니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벼 이삭이 사람의 입으로 골고루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하여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 창을 녹여서 낫을 만들어서 다시는 칼을 가지고 전쟁을 연습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사 2:3-4) 이는 생명을 앗아가는 칼과 창을 버리고 생명을 살리는 보습과 낫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보습은 밭을 가는 쟁기요, 낫은 열매를 추수하는 도구입니다. 보습으로 밭을 갈아 씨를 뿌려 열매를 맺으면, 낫으로 추수를 하는 것입니다. 칼과 창을 양식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칼과 창은 힘있는 자에게 더 많은 양식을 가지게 합니다. 칼과 창은 불의한 방법으로 더 많은 양식을 가지게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칼과 창을 꺾으라고 했던 것입니다. 칼과 창으로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오히려 양식의 도구로 삼아, 그로 만들어진 곡식을 함께 나누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평화의 세상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원하셨던 평화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생명의 양식인 예수 그리스도를 베들레헴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생명의 양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 양식으로 배부르고, 그 양식으로 부요함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예수로 말미암아 화평의 삶을 누리고, 나아가 예수로 말미암아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