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지막 주일인 송년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쇄되었던 올해(2017년)의 달력은, 예외 없이 12월 20일을 붉은 색으로 숫자를 인쇄해 놓았습니다. 12월 20일은 바로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었습니다. 작년에 달력을 만들 때에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여서 중도에 하야할 줄을 알지 못했기에 그렇게 달력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저는 달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사람의 내일 일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막강한 권세와 힘과 능력과 부를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고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할지라도, 세상사는 인간의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절에서 시인은,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인간의 능력이 유한하고 불완전한 것임을 절절히 경험하고 깨달은 자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수고와 애씀이 헛될 뿐이라고 합니다(시 127:2).

경쟁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누군들,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는 수고를 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밤늦게까지 일하는 자가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그런데 그러한 수고가 다 내가 원하는 열매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수고의 마지막 완성은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노력과 수고와 땀의 완성은 하나님의 손끝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수고와 땀의 무용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알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서라는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땀의 열매가 하나님의 도움과 은혜로 주어진 것으로 알고 감사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때에 그의 집은 견고하게 설 것이며, 그의 집은 세상의 풍파와 시험으로부터 온전히 지켜진다는 것입니다.

본문 2절의 말미에 나오는 말씀을 봅니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씀 앞에는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가 주어져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준다는 말씀의 의미는 일찍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인간의 수고와 연결하여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노력과 수고가 분명 중요하지만, 그보다 하나님의 섭리가 앞선다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깨달을 때에, 그는 모든 수고를 마친 뒤에 그 열매와 응답은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예수님은 마가복음 4장 26-29절에서 농부의 수고로 씨를 뿌리게 되지만, 그 씨에서 싹이 나고, 그 싹이 자라서 이삭으로 충실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은 농부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저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는 일을 하면서,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사이에, 농부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이미 씨는 알곡으로 자라난다고 말씀하십니다. 농부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한알의 씨가 자라서 이삭이 충실한 곡식으로 변하는 것은 누가 하는 것입니까? 그는 곧 하나님입니다. 다시 말해서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은 우리의 할 도리이지만, 그것을 자라게 하고 알곡으로 열매 맺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한해를 돌아봅니다. 행여 우리는 내 혼자서 험한 세상을 달려오지는 않았는지 돌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없이도 인간의 수고와 노력만으로도 세상은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세상의 것에 의지하고, 세상의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오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코 세상은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만 움직여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워줄 때에 건축자의 수고가 헛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때에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헛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한해를 보내면서 다시 한 번 하나님 앞에 겸손한 모습으로 서기를 바랍니다. 세우시고 지키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분이심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내 수고의 결과를 하나님께 맡김으로서 반드시 열매로 응답받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