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말씀하신 후에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실 때에, 갑자기 예수님의 얼굴과 겉옷이 눈같이 희게 변하고 광채가 났습니다.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 죽음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안합니다. 초막 셋을 지어, 우리 모두 이곳에서 함께 살자고 하였습니다. 얼마나 좋았으면 베드로는 더 이상 세상으로 돌아가지 말고 이곳에서 예수님과 선지자들과 함께 살자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베드로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름 속으로 두 선지자는 사라지고 예수님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의 말을 들으라고 하였는데, 예수님의 말씀은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십자가 고난의 길을 걷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믿는 자의 두 가지 삶을 보게 됩니다. 첫째는 신령한 삶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갔는데, 신령한 삶은 영적인 삶이요, 영적인 삶의 대표적인 모습이 기도입니다. 제자들은 비록 졸고 있었지만 산 기도하러 예수님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가 신비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소위말하는 은혜체험을 하였습니다. 기도를 통한 은혜 체험은 메마른 영혼에게 단비와 같은 것입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근심이 쌓일 때에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은혜를 받아야 합니다. 모세도 보고 엘리야도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 역시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앞두고 산으로 기도하러 간 것입니다. 십자가 고난과 죽음이 인간 예수님의 심정으로는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은 사랑하는 몇몇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기도로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받고자 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은혜를 받고 난 이후의 모습입니다. 은혜 체험을 한 제자들은 그냥 산 위에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곳이 좋사오니 초막을 셋을 지어 함께 살자고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보십시오. 예수님은 신비한 광채를 뒤로 하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 오셨습니다. 산 아래는 육신의 질병과 세상의 근심과 염려가 출렁대는 고해의 바다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기꺼이 산 아래로 내려 오셨습니다. 내가 은혜를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은혜를 가슴에 품고 산 아래로 내려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 아래로 내려온다는 것은 세상 문제를 피하지 않고 그에 맞서서 문제를 해결하고 이겨낸다는 것입니다. 상처가 있는 곳에 들어가 상처를 치료하고 낫게 하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곳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기독교는 도피적 종교가 아니라, 도전적인 종교라는 말입니다. 역경과 시련을 만나면 그에 맞서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믿음의 한계는 무엇입니까? 산 위의 것만을 사모하는 것입니다. 산위에서 안주하고 세상을 피해가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산위에서 받은 은혜를 세상 속으로 가지고 가지 못하고 교회 안에서만 머무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복음을 들고서 병든 자를 찾고, 고통 가운데 있는 자를 위로하고, 벼랑에 떨어진 자를 건져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산 아래의 삶만을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육신의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산 아래의 삶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곤비하게 만듭니다. 그럴때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는 산 위로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광채나는 예수님도 만나고 모세도 만나고 엘리야도 만나야 합니다. 영적으로 충만한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충만한 기운을 가지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 와야 합니다. 그래서 영적 기운으로 다시 세상과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 두 영역의 삶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온전히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 충만한 영적 삶이 세상으로도 이어져 육의 삶도 의롭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주현절에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과 생명의 자녀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