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성령강림으로 예수님의 제자들은 십자가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담대히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베드로는 성령충만한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니 하루에 오천명이 회개하고 세례를 받는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이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병이 낫게 되는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니 수많은 사람들이 베드로를 중심으로 하는 열두제자에게로 모여 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자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첫 교회가 예루살렘의 초대교회입니다. 구원과 치유의 은혜를 받은 초대교회 성도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 놓고 함께 나누는 생활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행 4:32) 그런데 서로 통용하고 나누는 교회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멀리 해외에서 온 헬라파 유대인들이 구제에서 소외되고 토박이인 히브리파 유대인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제자가 더 많아졌는데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의 과부들이 매일의 구제에 빠지므로 히브리파 사람을 원망하니”(행 6:1) 열두 사도들이 오천명이 넘는 공동체를 구제하기에는 손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니 이곳저곳에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구제를 담당할 일곱 명의 일꾼을 뽑게 되는데 그것이 집사제도의 시작입니다. “열두 사도가 모든 제자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접대를 일삼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 우리가 이 일을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 하니”(행 6:2-4) 이제 열두 사도는 말씀을 전하는 일과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고 그 나머지 모든 교회의 일들은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교인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일곱 집사들이 맡게 하였습니다. 일곱 집사의 이름이 본문 5절에 나오는데 그 중의 하나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데반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직회 수련회를 겸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직회는 목사로부터 장로 및 권사와 집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집사들이 중심이 되어 목사의 목회활동을 돕고 교회의 재정과 살림과 선교를 위해 헌신하는 조직입니다. 제직들이 살아 움직일 때, 사도에 해당하는 목사는 기도와 말씀 준비에 전념할 수 있으며 교회는 맡겨진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초대교회가 일곱 집사를 세울 때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자로서 칭찬받는 자를 세웠다고 합니다.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뜨거웠던 초대교회를 중심으로 교회가 여러 지역으로 세워지니 다양한 성령은 다양한 은사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나 성령은 같고 5 직분은 여러 가지나 주는 같으며 또 사역은 여러 가지나 모든 것을 모든 사람 가운데서 이루시는 하나님은 같으니 각 사람에게 성령을 나타내심은 유익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4-7) 집사는 초대교회의 스테반처럼 뜨거운 성령으로 충만하여야 된다고만 생각한다면 감히 집사로 택함 받을 자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바울의 말처럼 성령께서 부어주시는 은사는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양한 은사와 직분과 사역이 주어지지만, 그것은 한 성령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모든 은사와 직분과 사역이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성령의 은사를 세상저울에 달아서 비교하여 우열을 나눈다면 그것은 성령충만한 제직의 모습이라 할 수 없습니다. 고린도 교회가 그러한 함정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서 각 사람에게 다양한 성령의 은사가 주어진 것은 전체를 유익하게 하려 함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비록 미약하고 보잘 것 없는 능력을 가졌다할 지라도, 협력하고 돕는 일로서 헌신하겠다면 그것이 소중한 성령의 은사인 것입니다. 앞장서지는 못하더라도, 뒤에서 밀어주고 돕겠다면 그것만으로도 집사의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왼손이 모르게 오른손이 일하듯이 그렇게 은밀하게 헌신하고 봉사하는 손길도 믿음의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는 성령의 은사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께서 능력을 더하여 주시고 성령께서 믿음의 분량대로 내게 적절한 은사를 주셨으니 우리는 핑계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헌신하고 봉사해야 할 것입니다. 바라기는 다양한 성령의 은사들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가 협력하는 가운데서 주의 몸된 교회를 거룩하고 바르게 세워나가는 제직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