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베드로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마 16:16). 이러한 신앙고백 위에 예수님은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아가 베드로의 이러한 신앙고백 이후에,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합니다. 그것은 곧 십자가 고난과 죽음의 길이었습니다(마 16:21). 그런데 베드로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고난을 반대하며 그 길을 걸어서는 한사코 말렸습니다. 그랬더니 예수님은 엄하게 베드로를 꾸짖으며 사탄이라고 불렀습니다(마 16:22-23).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꾸짖으며 하신 말씀 중에 ‘하나님의 일’과 ‘사람의 일’을 살펴봅니다. 베드로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했기에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영혼을 구하는 것, 생명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른 말로 육의 삶, 세상의 일을 말합니다.

사람의 일이 영혼구원의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십자가에 걸림돌이 됩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의 일로만 머무르고, 하나님의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삶과 탐욕의 삶을 말합니다.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모두가 사람의 일을 행하면서 살아가지만, 믿는 자는 자신의 일을 하나님의 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결정적인 실수는 입술로의 고백은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이었지만, 마음의 생각과 행동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었기에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자로 책망을 들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마 16:24). 자기를 부인하는 것, 곧 자기의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사람의 생각을 부인하는 것이요, 사람의 생각을 버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이란, 생명구원과 무관한 이기적인 생각, 나의 탐욕만을 위해 달려가는 삶을 말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강도 만난 자를 보고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강도만난 자는 생면부지의 사람이었지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은 그를 극진히 돌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이것이 바로 이웃사랑이며 생명을 살리는 일로 귀결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이웃 사랑은 자기희생이 따르며, 이러한 자기 희생이 바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이기심, 무관심,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인색함 등을 모두 부인하고 그것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이 십자가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감람산에 올라가서 기도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는 이 희생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게 됩니다. 겟세마네에서 자기를 부인하는 십자가의 죽음의 길을 선택하려고 할 때 땀 흐르는 것이 피처럼 보였다고 누가복음 22장 44절은 전합니다.

우리 역시 베드로처럼 어렵고 힘든 길, 좁고 험한 길을 피하고 쉽고 넓은 길을 걸으면서 예수를 믿고 싶을 것입니다. 가급적 십자가 고통 없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영광을 얻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사람의 일이요, 사탄의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쉽고 편한 것만을 취하려는 사람의 생각, 육적인 유혹을 극복하는 것은 기도입니다. 간절한 기도입니다. 간절한 기도란 육의 소욕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영적인 성찰을 말하는 것입니다. 영적성찰이 있는 이 간절한 기도만이 육체의 소욕을 버릴 수 있으며, 사람의 일을 하나님의 일로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사순절은 사람의 일을 버리고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나님의 일을 행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생명이 살아나는 영혼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