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었습니다. 혹독한 추위로 인하여 봄은 좀 더디 왔지만, 여전히 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생명의 싹을 틔워내며 초록으로 변하는 자연을 보면서 봄은 확실히 부활의 계절임을 실감합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듯이, 주님의 부활도 고난주간의 처참한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주어졌습니다.

주께서 십자가 죽음을 반드시 거쳐야 했던 것은 인간의 죄와 허물이 그만 크고 깊었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 외에는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기에 예수님조차도 피하고 싶었던 고통의 쓴 잔을 받아 들었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이렇게 처참한 고통의 십자가를 통하여 주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게 하는 구원의 역사가 결코 쉽거나 가볍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무소부재하시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쉽고 편하고 넓은 길을 통하여 구원을 베푸시지 아니하시고, 구태여 험하고 좁은 길을 통하여 구원을 베푸신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얼마나 값지고, 얼마나 진지하고, 얼마나 참된 것인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이라고 하였습니다(고전 15:1-6). 바울은 자신이 받은 복음을 고린도 교인들에게 전하였다고 하면서, 복음의 내용은 성경의 말씀대로 우리의 죄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고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와 여러분을 포함한 인간의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던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이요, 우리는 이 복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죄사함을 위한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복음이 되는 것입니까? 묵은 생명을 버리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사도 바울은 겉 사람은 낡아지더라고 속사람은 날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속사람, 즉 내면의 모습이 날로 새로워지니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환란을 이기게 된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며 살게 한다고 합니다(고후 4:16-18).

죄사함을 받고, 구원 받아, 새사람이 된다는 것을, 율법적 차원의 용서로만 해석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율법에 의하면, 사람이 죄를 지었을 경우, 법에 의하여 징벌을 받고 나면 면죄가 됩니다. 이것은 겉모양만 사함을 받은 것입니다. 내면의 사함은 없습니다. 여전히 불안과 근심과 염려가 삶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은 율법적 차원에서 죄를 사함받은 것을 넘어서서, 묵은 생명, 과거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 본문의 마지막절인 8절을 봅니다. 복음에서 말하는 부활의 예수가 만삭되지 못하여 난 바울에게도 나타내 보이셨다고 합니다. 만삭되지 못하여 난자라 무엇을 말합니까? 이는 인간의 나약함을 말합니다. 부활의 능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만삭되지 못한 자를,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넘어지고 실족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당당히 홀로 서게 하시고 모든 시련과 역경을 능히 이기게 하는 것이 부활의 능력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썩을 것에서 썩지 아니할 것으로, 욕된 것에서 영광스러운 것으로,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육의 몸에서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 부활이라고 합니다(고전 15:42-4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활의 복음을 듣고 믿으시기 바랍니다. 묵은 생명을 버리고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활생명으로 세상을 이기고 하늘의 영원한 것을 얻는 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