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만찬을 드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손수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수건으로 일일이 닦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열두제자의 발을 다 씻기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4-15) 

예수님은 당신은 주님으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 너희 발을 씻어 주었다고 하셨는데, 이는 당신의 신분을 내려놓고 종의 모습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장차 열두제자들은 사도로 자리매김할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도라는 지위에 연연하지 말고, 언제나 성도들의 발을 씻겨주는 종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겸손의 삶을 살라는 것인데, 그것은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는 겸손입니다. 바울은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종으로 내려 오셨다고 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8)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한 성자 하나님이었으나, 그와 동등함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제를 가지고 사람이 되셨다고 합니다. 종으로 오신 예수님은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함으로서 십자가에 자신을 내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십자가 구속의 사건 속에는 자기를 비우고 낮추고 복종한 겸손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은 자는 자기를 낮추고 비우는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자기를 비우는 겸손으로 십자가를 지셨고, 그 십자가 구속의 사건으로 우리가 구원을 얻게 되었으니,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를 비우는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세족식에 보여준 예수님의 겸손은 낮은 자를 향한 겸손이었습니다. 주이시오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은 자신보다 낮은 자의 발을 씻긴 것입니다. 높은 자, 강한 자의 발을 씻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겸손은 낮은 자를 향한 겸손이었습니다. 교회는 어떤 곳입니까? 교회는 낮은 자를 섬기는 곳입니다. 약한 자의 발을 씻겨주는 곳입니다.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진 자,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위로 받고 힘을 얻는 곳이 교회입니다. 이렇듯 낮은 자를 섬기는 겸손은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 되게 하고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공무원을 백성의 공복(公僕)이라고 합니다. 공무원을 만인의 하인 또는 국가나 사회의 부름을 받은 심부름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공복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한자는 복(僕)자를 종을 나타내는 종 복(僕)자로 씁니다. 영어도 같은 의미로서 공무원을 public servant라고 합니다. 서번트(servant)는 우리말로 종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정자들이 공복의 정신이 충만할 때 백성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고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보여주신 겸손은 순종의 겸손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기도 했습니다. 종으로 보냄 받은 예수 그리스도는 주인에게 순종하는 종으로서 보냄을 받으셨기에 기꺼이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보십시오. 십자가의 고통이 너무나 두렵고 떨리는 것이기에 예수님은 감람산에서 기도하실 때에, 이 고통의 쓴 잔을 내게서 돌려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내 뜻대로 마옵시고 하나님의 뜻대로 해달라고 마지막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종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겸손은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였던 순종의 겸손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빌 2:8) 우리가 진정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을 받았다면, 그래서 종의 도를 다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종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겸손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자기를 비우고, 약한 자를 섬기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겸손의 종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교회를 교회되게 만들고, 세상을 세상 되게 만드는 믿음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