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은 오라트리오 메시야를 작곡하면서 이사야 53장에 이르러서는 그만 펜을 놓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을 보고 있다”라고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성경본문은 이사야 53장 말씀입니다. 마른 땅에서 자란 뿌리 같이 비천한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는 혹독한 심문과 곤욕을 당하게 될 것인데, 그가 당한 아픔은 우리의 허물과 죄악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 53:4-6)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켰기 때문에, 흠 없는 예수 그리스도는 그렇게도 모진 징벌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님이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의 영혼은 평화를 누리게 되었고, 주님이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의 상처가 낫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수님 오시기 500년 전에 쓰여진 예언의 말씀이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성취되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믿음을 생각해 봅시다. 과연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피의 수난과 아픔으로 말미암아 오늘의 평안과 안식을 얻게 되었다고 우리는 믿고 있는 것입니까? 모든 자식은 예외없이 돌아가신 부모 앞에 불효자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인간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 앞에 죄인인 것입니다. 우리는 부모 앞에 불효자로 설 수 밖에 없듯이, 그리스도와 그를 보내신 하나님 앞에 우리는 죄인으로 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희생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의 산고를 요구했습니다. 걸음마를 떼고, 학교를 다니고, 시집장가를 갈 때가지, 부모의 희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니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부모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자 합니다. 그 희생과 사랑을 먹고 자란 내가 다시 부모의 자리에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생과 사랑을 내 자식에게 다시 이어갑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타자의 끊임없는 희생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구원도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이라는 희생이 우리의 구원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께서 당하신 희생이 없었더라면 인간의 절대로 구원의 반열에 설 수가 없습니다. 절대로 평화를 얻을 수 없으며, 낫고 치유되는 역사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혼자 힘으로 자신이 빠진 허물과 죄악의 웅덩이를 빠져 나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만이 우리는 사망의 늪에서 건짐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죄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었던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으로 말미암아 의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게 되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내가 다시 살게 되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찔림과 상함으로 내가 살게 되었으니,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 역시 찔림과 상함의 희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찔리고 상함을 받는 다는 것은, 기꺼이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를 믿는 자, 곧 그리스도인이란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자입니다. 남을 위해 내가 먼저 찔림을 당하고 채찍을 맞는 자입니다. 그래서 내가 찔림을 당하고 상함을 입음으로 이웃이 평화를 얻고 나음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어떤 곳입니까?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으로 구원 받은 자들이 모인 곳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곳입니다. 세상의 계산법으로는 손해 보는 자들이 모인 곳이 교회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훈련되어지고 연습되어진 그 희생과 사랑의 정신을 세상 속으로 전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전파요 그것이 전도인 것입니다. 사순절 넷째주일을 보내면서,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으로 내가 살게 되었음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주께서 징계를 받음으로 내가 평안을 얻게 되었고, 주께서 채찍에 맞음으로 나의 상처가 낫게 되었으니, 그 은혜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