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하여 40년 광야의 생활을 마칠 즈음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짐의 말씀을 줍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서 반드시 지켜할 것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평생 간직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출 6:4-5) “들으라”는 히브리말로 “쉐마”인데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가 준 이 말씀을 “쉐마”라 하여 자손 대대로 지켜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쉐마의 내용인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입니까? 사랑의 방향을 바꿀 때 가능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나를 사랑하셨다는 것인데,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내가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벌레만도 못한 나를, 감히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부를 수도 없는 무자격자에 불과한 나를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품어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사랑을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편 시인은 하나님의 과분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 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시편 144:3-4) 사람이라는 존재는 정말 보잘 것 없어서 그의 인생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다고 하였습니다. 한 때 최고의 정치적 영화를 누리고 세상을 떠난 한 유력한 정치인이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남겼듯이, 세상의 어떤 부귀영화도 권세도 세월이 지나가면 모두가 사라지고 마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기에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헛것이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하나님은 이 허무하고 그림자에 불과한 인생을 헛것으로 보지 아니하시고 그림자로 여기지 아니하셨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인생도, 어떠한 삶도 버릴 것 없는 소중한 것으로 여기시고 그를 사랑으로 품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 비천한 사람이 무엇이기에 그를 알아주시고, 이 보잘 것 없는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해 주셨냐고,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사랑 받을 자격도 없는 이 불충한 인생을 사랑해 주신 것입니다. 이 놀라운 은혜를 깨달을 때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왜 그렇습니까? 독생자, 즉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보내셔서 그를 십자가의 제물로 내어 놓으심으로 죄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살려 냈기 때문입니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서 절정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 4:9-11) 사도 요한은 결코 우리가 하나님을 먼저 사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드러내 보이셨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쉐마로 돌아가 봅시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살리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신 십자가 사랑을 깨달을 때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쉐마의 말씀을 지킬 때에 땅에서 번성하는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모세는 말합니다. “이스라엘아 듣고 삼가 그것을 행하라 그리하면 네가 복을 받고 네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허락하심 같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네가 크게 번성하리라”(출 6:3)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를 먼저 사랑하셨음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그 깨달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늘의 복을 받고 땅에서 번성하는 자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