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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 신문은 예술 블로그 사이트(blogs.guardian.co.uk)개설 기념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걸작 미술품 50개'를 뽑았는데 그 중 하나가 프랑스 콜마르의 운터린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젠하임 제단화(그뤼네 발트 作)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그림인데 채찍을 맞은 흔적과 창에 찔린 자국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고통을 직접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금번 안식년 휴가 때, 이제하임 제단화를 보고서 저 역시 같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이 그림을 보고서 내가 주를 십자가에 못 박은 죄인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 보혈로 사함받고 구원을 받았으니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뤼네발트의 성화를 보면서 그리고 칼 바르트가 받은 감동의 이야기를 듣고서, 믿음의 출발에서 대해서 다시한번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믿음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이 출발은 한 개인의 믿음의 전체를 결정하고 규정하기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의 죄인 됨을 깨닫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유한한 한계를 안다는 것입니다. 시편 127편의 시인은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시 127:1) 라고 하면서 하나님 없이 집을 세우고 성을 지키는 인간의 수고는 헛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무수한 시련과 역경에 노출되어 있기에 인간의 수고만으로는 자신의 뜻을 다 이룰 수 없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유한하기에 자신의 노력으로만은 집을 완성할 수 없고, 또한 자신이 지은 성을 온전히 지킬 수 없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 앞에 나는 부족하고 허물 많은 죄임을 시인하는 것이요, 이것이 믿음의 출발이 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시편 시인은 하나님을 만나는 동기를 자신의 죄와 허물로부터 시작합니다. 시인은 내가 깊은 곳에서 하나님께 부르짖는다고 하였는데(시 130:1-4), 깊은 곳은 인생의 시련과 환란의 때를 말합니다. 하나님을 떠나 내 고집과 교만과 욕심대로 살다가 깊은 수렁에 빠졌으니, 나를 구해 달라고 것입니다. 하나님 없이 내 혼자서, 내 능력으로만, 집을 지을 수 있고, 성을 지킬 수 있다고 자만했었는데, 결코 세상은 내 혼자의 힘으로 집을 지을 수 없고, 성을 지킬 수 없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나고, 하나님을 멀리하였던 이 죄악을 용서해달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사유(赦宥)하심이 하나님에게 있다고 하였는데, 사유는 왕이 사면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하나님만이 인간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사유의 권세를 가진 하나님을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는 것 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기다린다고 하였습니다.(시 130:5-6) 이것이 바로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믿음의 출발입니다. 나는 부족하고 나는 어리석은 자임을 자백하는 자만이, 하나님을 기다리며 하나님 만나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시인은 나의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은 인자의 하나님이라고 말합니다.“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여호와께서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속량이 있음이라”(시 130:7-8) 하나님께서 조건 없이, 값없이 우리의 모든 허물을 용서하셨으니 인자의 하나님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인자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풍성한 속량을 베푸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 보면서 내가 죄인임을 깨달았다는 것은, 인자하신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속의 은혜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는 사유와 인자의 하나님이 계시는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의 생명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핏 값으로 다시 태어난 생명이니, 소중한 생명이요, 그 생명을 소유한 자이니 소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는 부족한 자이니, 하나님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으며, 하나님 없이는 성을 지킬 수 없다는 갈급한 심령으로 하나님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 갈급한 심령으로 믿음을 출발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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