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에 충실한 바리새인들은 가장 과격한 무리인 헤롯당원을 동원하여서 예수님을 시험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찾아가서 로마 황제인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을 옳은지 그른지를 물었습니다.(마 22:17) 당시 유대 지역은 로마의 식민지였기에 로마에게 세금을 내어야 했는데, 만약 예수님이 현실을 인정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면, 바리새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하나님의 도를 전하였던 예수님이 가이사의 권세에 무릎을 굻었으니 더 이상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거부할 것입니다. 반대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쳐야 한다고 하면 바리새인들이 함께 데리고 온 헤롯당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할 것입니다. 헤롯당원은 철저하게 로마의 앞잡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교만한 마음을 이미 아시고 동전에 새겨진 가이사의 형상을 가르키면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리라”(마22:18-22)고 하셨습니다. 당시 유대사회는 가이사의 형상이 새겨진 데니리온과 성전세겔이 함께 통용이 되었는데, 데나리온은 로마치하의 세상화폐요, 성전세겔은 말 그대로 성전에서만 사용되는 화폐였습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예수님의 말씀에 무리들은 놀라하면서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을 좀더 깊게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모두가 하나님의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가이사의 얼굴이 새겨진 데나리온이나 성전 세겔이나 모두가 하나님의 것입니다. 다만 세상의 질서와 믿음의 질서를 구분하기 위해서 데나리온과 세겔을 두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로마 황제가 두렵고 무서워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한 것이 아니라, 가이사의 권세 역시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것이니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가아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는 것은, 믿는 자들도 세상 나라의 권세와 그의 질서에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쳐야 하는 의무도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성전 세겔이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하나님 앞에 바쳐져야 하는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 바치는 예물이요 제물입니다. 그런데 성전 세겔은 하나님을 향한 모든 헌신과 봉사를 포함합니다. 이렇듯 그리스도인들은 세상나라와 하나님나라를 동시에 섬기는 자입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교회당에서의 예배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배제한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세상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에 동참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의 제한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이사의 것을 가이사에게 돌리는 것은 세상나라의 회복을 위해서도 이에 동참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교가 개학을 미루고, 경제가 깊은 늪에 빠졌습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모든 모임이 단절되었습니다. 오직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앙 때문입니다. 이 바이러스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서 우리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은 분리되어 있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서두에 말씀 드리는 것처럼, 데나리온이나, 성전세겔이나 모두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허락하실 때만이 가이사의 것인 데나리온도 넘치게 되고 하나님의 것인 성전세겔도 넘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사순절 넷째주일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교회당에서 모임을 가질 수 없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의 삶도 깊고 어두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는 다시한번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 바치라고 했으니, 세상나라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고 했으니, 더욱더 예배를 사모하고 믿음생활에 열심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난을 이기고 세상나라와 하나님나라 모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믿음의 백성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