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명한 이스라엘의 3대 절기는 무교절, 맥추절 그리고 수장절입니다. 그런데 세 절기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출애굽 구원에 대한 감사요, 두 번째는 양식에 대한 감사입니다. 무교절은 보리요, 맥추절은 밀이요, 그리고 수장절은 모든 과실의 추수를 감사는 절기입니다. 왜 하나님은 출애굽 구원과 추수를 함께 묶어서 3대 절기를 지키게 했던 것입니까?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구원과 물질의 축복이 하나님께서 베푸신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능력으로 이루었다는 생각하는 인간의 교만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인 시편 121편은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시121:1) 로 시작합니다. 무수한 고난과 역경의 삶을 살아왔던 시인은 지난날 감당할 수 없었던 그 시련 가운데서, 분명 내 능력을 벗어난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었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만 향해 달려왔던 숨 가빴던 인생을 잠시 멈추고, 눈을 들어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산을 바라보면서 나의 도움이 어디서 왔을까를 묵상합니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정적으로 내 삶을 지키고 인도한 도움의 손길은 바로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에게 주어졌던 하나님의 도움은 불철주야 뜬눈으로 인간의 고단한 삶을 돌보고 지켜주신 은혜였습니다. “3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4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5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6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시121:3-6) 그래서 시인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모든 환란을 면하게 되었고 이후로도 하나님께서 나의 삶을 영원토록 지켜주실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다가 더 이상을 나아갈 수 없어 쓰러져 잠들었을 때, 곤히 잠든 나의 육신을 지켜주신 어머니의 손길같은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야곱을 보십시오. 홀로 800km나 떨어진 외삼촌 라반의 집을 향해 가다가 날이 저물자 허허벌판 벧엘광야에 누워 잠이 듭니다. 그런데 야곱은 꿈속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꿈속에 나타난 하나님은 야곱에게 무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 광야길을 홀로 걷는 야곱에게,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약속한 축복이 다 이루어 질 때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시인은 주무시지도 아니하시고 졸지도 아니하시며, 고단한 인생을 지켜주시는 하나님을 만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하나님을 영원히 의지하고 섬기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이 시간 우리는 맥추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맥추감사절은 한해의 절반을 보낸 시점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는 절기입니다. 앞만 향해 달려 왔던 2015년을 잠시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반환점으로 돌아선 한해의 절반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묵상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살아온 과거와, 살아갈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우리가 달리는 이 인생길이 너무나 험하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은 세월호 참사로 한해를 빼앗겼고, 올해는 메르스로 인해 이미 한해의 절반을 잃어버렸습니다. 23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4대강을 정비했지만 가뭄의 위기를 피해갈수 없었습니다. 그 잘 난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을 바라본다는 것은, 하나님의 도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내가 내 능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움으로 산다고 고백하는 겸손의 행위입니다. 내가 겸손할 때, 아니 나를 부정할 때 비로소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철저히 자기를 부정하고, 낮춤으로서 하나님의 능력을 덧입은 자입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 4:7) 바울은 자신을 질그릇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질그릇 같은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하나님의 능력을 가질 때에, 그는 결코 깨어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하고 견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곡식의 추수 때마다 오늘의 추수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말미암은 것을 깨닫게 하신 것은 교만을 버리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의 은혜에 감사하라는 교훈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한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이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먼 산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합니다. 나의 도움이 어디서 왔는지를 기도하고 묵상하는 믿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남은 한해의 절반도 하나님의 지키시고 도우시는 은혜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이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