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가브리엘에 이어 엘리사벳으로부터 태중의 아기가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진 복된 일이라는 말을 듣고 마리아는 기쁨에 넘쳐 하나님께 찬양으로 영광을 돌립니다. 마리아의 찬가는 라틴어로는 마그니피카트(Magnificat)라고 하는데 우리말 뜻은 찬양하다입니다. 마리아의 찬가는 갈릴리 시골처녀가 불렀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의 노래라고 봅니다. 로마의 식민지로 살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아들이 통치하는 의로운 세상의 도래를 마리아의 노래에 담았던 것입니다.

우선 마리아는 자신의 비천함을 돌아보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나서 구세주로 오실 아기 예수가 하실 일들을 나열합니다. “49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50.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도다 51.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52.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53.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 손으로 보내셨도다”(눅 1:49-53) 거룩하시고 능하신 하나님께서 아들을 보내셔서 큰일을 행할 것인데, 그것은 교만한 자와 불의한 권세자와 탐욕스러운 자를 내리쳐서 흩으시고, 비천한 자와 가난한 자를 높이고 배부르게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마리아의 찬가를 이사야의 예언 말씀으로 연결해 봅니다. 하나님께서 이새의 뿌리 곧 다윗의 후손에서 만민을 구할 메시야를 보내 실 것이라고 했는데 그가 곧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는 공의와 정직과 성실로 세상을 심판하여 가난한 자와 겸손한 자를 판단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가 심판한 세상은 강하고 사나운 짐승이 약하고 온순한 짐승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세상은 모든 곳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사 11:4-10) 이사야의 예언에 등장하는 이리와 표범과 사자와 곰과 독사는 모두가 교만한 권세자와 교만한 부자를 말합니다. 그리고 어린 양과 어린 염소와 송아지와 암소와 젖 먹는 어린 아이는 약하고 비천한 자를 말합니다. 그런데 사납고 강한 짐승들이 어린 양과 어린 염소와 송아지와 암소와 젖먹는 어린 아이와 함께 풀을 뜯고 함께 뒹굴며 논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언자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나서 마리아의 찬가를 들어보면, 마리아가 태중의 아기 예수를 통해서 이루기를 원했던 세상은 강한 자와 약한 자가 더불어 사는 세상, 더 이상 상함도 해당함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교만한 자를 흩어버리고 권세있는 자를 내리치고 부자를 빈손으로 보낸다는 것은, 비천한 자를 품게 하고, 가난한 자를 돌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대림절 셋째주일을 맞아 우리는 어떤 세상을 갈망해야 하는 것입니까? 분노와 갈등으로 원수 맺는 세상이 아니라, 사랑과 관용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갈망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산에서 모두가 상함도 없고 해당함도 없는 의로운 세상을 소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사나운 짐승과 연약한 짐승이 함께 뒹굴며 풀을 뜯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사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희생의 삶과 사랑의 정신을 이어갈 때 마리아의 찬가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가 오신 성탄의 기쁨은 곧, 평화롭고 의로운 세상의 기쁨입니다. 평화와 공의라는 가치가 빠져버리면, 성탄은 또 하나의 탐욕스럽고 불의한 절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비천한 자가 잊혀지고 가난한 자가 소외된 성탄은 더 이상 성탄이라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다시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예배가 제한 받고,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추게 되었습니다. 이 불편하고 두려운 바이러스 재난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입니까?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백신도 나누어야 하고, 치료약도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누어서 더불어 살다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것은 곧 구세주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요 정신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를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산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며 마리아의 찬가가 이 땅에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