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로 시작하는 사순절은 회개와 성찰의 절기입니다. 자신이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면서 지난날의 죄과를 뉘우치는 사순절의 회개와 성찰은 특별히, 코로나19의 재난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디지털노마드라는 신조어를 처음 소개했었던 프랑스의 석학 자크 이탈리는 코로나 팬데믹이 주는 교훈은 이타주의와 생명경제라고 하였습니다. 나라마다 국민 총생산의 70%를 생명경제에 투자하여 보건, 교육, 깨끗한 물, 지속가능한 에너지 등의 혜택을 차별 없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다시금 탐욕과 이기심에 매여서 인류가 과거의 길을 걷는다면 팬데믹의 위기는 반복될 것이고, 그 피해는 이기주의의 울타리 밖으로 내 몰린 약자들에게 더욱더 가중될 것입니다. 선지자 요엘은 혹독한 가뭄과 메뚜기 재앙을 경험하였습니다. 가뭄으로 밀과 보리의 소산이 없어지고 모든 과실나무가 시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메뚜기의 피해가 극심하여서 “팥중이가 남긴 것을 메뚜기가 먹고 메뚜기가 남긴 것을 느치가 먹고 느치가 남긴 것을 황충이 먹었도다”(욜 1:4)라고 합니다. 가뭄과 메뚜기 재앙으로 인해 온 백성과 가축이 굶주리고 여호와의 성전에 바칠 제물도 끊어지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자 요엘은 “이제라도 금식하고 울며 애통하고 마음을 다하여 내게로 돌아오라”(욜 2:12)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 살 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욜 2:13)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면서, 형식과 위선을 버리고 참된 뉘우침으로 하나님께 돌아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회개는 메타노이아(metanoia), 곧 방향을 돌리는 것을 말하는데 롯의 아내처럼 몸만 방향을 돌리고 마음은 여전히 소돔성의 옛사람에 머물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회개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음을 찢는 진정한 회개로 하나님을 향할 때 황충이 사라지고 가뭄이 멎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원해서 당신을 따르겠다는 자에게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눅 9:58)고 하시면서 오히려 주를 따르는 길은 험하고 좁은 길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나서 예수님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이 ‘먼저’ 내 아버지의 장사를 치르도록 허락해달라고 하자,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눅 9:60)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부름을 받았던 또 다른 사람은 ‘먼저’ 내 가족을 작별하게 하면 주를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리라”(눅 9:62)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자에게 마음을 찢는 회개가 필요했듯이 예수님을 따르는 자에게도 머리 둘 곳이 없는 험난한 길을 걷겠다는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육의 아버지의 장사와 가족의 이별에 앞서 하나님 나라가 ‘먼저’임을 깨닫는 영적결단이 필요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모리아 제단의 번제물로 이삭을 요구한 하나님께서 정작 아브라함의 마음이 어디에 ‘먼저’ 가 있는지를 보시고자했던 것처럼, 앞서 언급한 예수님의 요구들이 그러했던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우리가 주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함께 살 것이요”(딤후 2:11)라고 하면서 디모데에게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자세로 복음을 전할 것을 말합니다. 지금 옥중에서 서신을 보내는 바울이 그러한 모습으로 평생 복음을 전해왔던 것인바, 바울은 이후로 미쁘신 주께서 주와 함께 죽은 자들을 생명으로 인도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사순절 순례는 방향을 하나님께로 돌리는 것입니다. 마음을 찢는 통회의 심령으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헤아리며 주를 따라야 합니다. 주와 함께 옛사람의 허물에 대해 죽고 쟁기를 잡아야 합니다.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신 하나님께서 마음과 뜻을 돌이키시사, 재앙을 거두시고 복을 내리는(욜 2:13-14) 그날이 속히 이 땅에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