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보내면서 우리가 도착한 순례의 종착지는 무덤이었습니다. 사순절이 끝나는 날, 그러니까 부활절 전날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은 무덤에 계셨습니다. 이 날엔 아무런 사건도, 아무런 말씀도 없습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찾아와서 니고데모와 함께 골고다 언덕에서 가까운 동굴 무덤에 예수님을 안장하였습니다. 이렇게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무덤에 안장한 것이 사순절의 종착지입니다. 그런데 사순절이 이렇게 끝나고 만다면 참으로 허무한 것이죠. 하지만 조용한 무덤,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무덤은 부활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안장된지 사흘 후에 부활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심으로 고난주간의 참담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우선 십자가에 대한 의미가 달라집니다. 사형을 집행하는 형틀인 십자가는 사망을 의미할 뿐입니다.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활로서 십자가는 사망에서 생명으로 변화됩니다. 그리고 무덤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무덤은 죽은 자가 머무는 곳이요, 더 이상 희망도, 소망도 없는 절망의 공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더 이상 무덤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절망과 좌절의 공간을 뚫고 나와서 빛의 세상으로 나오셨습니다. 이제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무덤은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잉태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인생은 때때로 십자가 죽음과 같은 고통과 시련의 순간을 맞이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무덤과 같은 절망과 좌절의 순간을 맞이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순풍에 돛단 듯이 흘러가는 인생은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고난과 역경을 맞이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입니다. 산을 삼킬 듯이 사나운 폭풍도 만나고 거센 비바람도 만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이 시련의 비바람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까? 바로 부활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을 이기는 신앙입니다. 부활신앙은 현재의 고난과 시련과 좌절을 내일의 희망과 기쁨으로 바꾸는 힘이요 능력입니다.

아직 부활의 예수를 만나지 못했던, 갈릴리의 여인들은 주일 새벽에 예수님을 안장한 무덤을 찾았습니다. 주님의 시신에 발라드릴 향품을 가지고 무덤을 찾았는데, 무덤 문을 막았던 육중한 돌이 옮겨져 있었습니다. 여인들이 무덤 안으로 들어가니 더 이상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인들은 놀라워하면서 크게 근심할 때에 찬란한 옷을 입은 두 명의 천사가 나타나서 말씀합니다. “어찌하여 살아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고 하였습니다.(눅 24:1-7) 예수님은 “내가 죄인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하신 말씀대로 무덤에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예수님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죽은 자 가운데서 예수님을 찾는 다면, 그것은 저 갈릴리의 여인들처럼, 근심과 두려움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서두의 말씀으로 돌아갑니다. 사순절 순례의 종착지는 무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안장한 무덤은 부활을 준비하는 생명의 공간이었습니다. 복음의 말씀은 무덤에서 끝나지 않고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사흘이 지난 주일 새벽, 새로운 빛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부활 사건입니다. 이제 사망의 어둠에서 생명의 빛으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한다면, 죽음의 십자가가 생명의 십자가로 변하는 것입니다. 무덤 같이 어두운 세상을 벗어나 빛의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일년 넘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 어려운 형국이 지속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활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위험하고 어두운 시대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회복의 그날이 올 것을 믿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부활의 예수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다시사신 주와 더불어 고난과 시련을 이기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마지막 때에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의 삶이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