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베들레헴 사람인 엘리멜렉은 흉년이 들자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데리고 모압 지방으로 이주를 합니다. 그런데 흉년을 피해온 모압에서 엘리멜렉이 죽게 됩니다. 남편을 잃은 나오미는 모압 여자 중에서 두 아들의 아내를 들이게 되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입니다. 이어 모압에 이주한 지 십년쯤에 말론과 기룐 두 아들마저도 죽게 됩니다.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나오미는 이방 땅에서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고향 베들레헴에 흉년이 그치고, 여호와께서 백성을 돌보시사 양식을 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나오미는 귀향을 결심합니다.

문제는 두 며느리였습니다.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사회요,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유다사회는 모압의 두 과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오미는 그들에게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라, 그곳에서 각기 남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룻은 어머니 곁을 떠나라고 강권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과 머무는 곳에 나도 함께 할 것이고,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룻 1:16)라고 하면서, 죽는 일 외에 내가 어머니를 떠난다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기를 원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룻은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아스를 만나 오벳을 낳게 되는데 “그는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의 아버지”(룻 4:17)라고 룻기는 밝힙니다. 신약의 마태복음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룻의 이름을 올립니다.(마 1:5) 어떻습니까? 이방 여인, 모압의 며느리를 향한 나오미의 진정어린 연민과 포용은 룻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게 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룻의 이름을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올림으로서 하나님의 구원이 이방인에게도 열려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도바울은 율법은 어린아이를 이끄는 초등교사와 같아서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에게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갈 3:23-24) 하지만 믿음은 우리가 만난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게 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한다고 합니다.(갈 3:25-26) 그래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자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고 하였습니다. 율법이 아닌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만날 때, ‘나’라는 이기심의 울타리, 곧 민족과 사회적신분과 그리고 성별의 장벽을 넘어서서 하나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율법과 믿음에 연관하여 서두에 언급한 나오미와 룻과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나오미와 룻이 율법으로만 맺어졌다면, 유다의 시어머니와 모압의 며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오미와 룻이 믿음으로 연결될 때, 어렵고 힘든 고부(姑婦)관계 그리고 이질적 민족관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어머니와 딸로 발전되었습니다. 나아가 하나의 백성, 하나의 믿음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수가 성의 사마리아 여인은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하더이다”(요 4:20)라고 말합니다. 이는 사마리아인을 상종하지 않았던 유대인의 배타적인 모습을 예배처소에 빗대어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요 4:21)고 하시면서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4)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기득권을 나타내는 특정 처소, 그것은 곧 율법인바 그러한 율법에 매인 예배는 예배드리는 자들을 하나 되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율법을 넘어서서 영과 진리로, 다시말해 순전한 믿음으로 예배를 드릴 때만이 지역을 떠나 하나님이 즐겨 받으시는 참된 예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초등교사인 율법을 넘어설 때, 그래서 믿음으로 상대를 품고 안을 때, 우리는 하나 될 수 있습니다. 6.25 민족화해주일입니다. 이념이라는 율법을 넘어서서 하나 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화해와 평화의 나라를 이루어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