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장 1절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서 ‘시작’은 헬라어로 ‘아르케’입니다. 이는 기원 또는 원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가는 자신이 전하는 말씀이 복음의 진수요 핵심이요 근본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위로의 동네’인 ‘가버나움’의 회당으로 들어가셔서 유대인의 종교체제와 그들의 잘못된 가르침을 지적합니다. 유대교의 회당에는 부정한 것이 들어올수 없는데, “회당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자신들이 거룩하다고 생각하는 장소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당시 유대교의 실상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거룩하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그 속에는 온갖 더러운 것이 존재하는 종교집단, 어쩌면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봤습니다. 24절 하반절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 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 가장 더러운 존재가 가장 거룩하고 깨끗한 존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것도 당시 유대교로서는 상당히 부끄러운 상황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자를 알아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정작 하나님의 거룩한 자를 몰라보는데, 더러운 귀신 들린 자가 하나님의 거룩한 자를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이제 25절에서, 예수님께서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하시면서 말씀으로 귀신을 쫒아내시니 사람들은 “다 놀라 서로 물어 이르되 이는 어찜이냐 권위있는 새 교훈이로다 더러운 귀신들에게 명한즉 순종하는도다 하더라”고 합니다. 마가는 23절부터 26절까지의 귀신 축출 자체가 새 교훈, 새로운 가르침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말로 전하는 것도 가르침이지만 행동도 하나의 가르침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물리치신 더러운 귀신은 어떤 존재입니까? 이것에 대한 실마리는 마가복음 7장 20~23절에 있습니다.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우리의 마음에 이러한 마음이 있다면 우리 역시 더러운 영 안에 있는 사람이고 예수님 당시에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귀신이라고 하니까 옛날 전설이 고향에 등장하는 귀신을 생각하기 쉬운데, 마가가 표현한 원문은 ‘더러운 영 안에 있는 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온갖 더럽고 추잡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것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오늘날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26절은 더러운 귀신이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키고” 나왔다고 기록합니다. 경련을 일으켰다는 것은 ‘그 사람을 찢어놓았다’라는 표현입니다. 더러운 영은 쉽게 나가지 않습니다. 찢어지는 고통이 수반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과 더러운 영이 시키는 대로 사느냐에 대한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회개는 과거의 잘못된 나와의 단절이고 내가 집착하는 것과의 이별입니다. 그것이 마냥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버려야 한다는 부담감, 포기해야 한다는 불안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은 계속해서 갈등을 일으킬 것입니다. 말씀대로 사는 것,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은 쉽지 않은 영적 전쟁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부귀영화와 성공만을 바라본다면 쉽지 않은 결단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를 따르기로 결단한다면 세상이 주는 것이 아닌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위로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마가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먼저 언급하고 있습니다. ‘위로의 동네’라는 뜻의 ‘가버나움’을 미리 언급하면서, 진정한 위로의 주인공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이미 시작부터 알려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오늘의 시대에 진정 위로해 주시는 주님을 믿는다면, 우리의 욕심으로 가득한 마음의 집착을 버리고 온전히 주님을 따르기로 결단하는 진정한 믿음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 하나의 믿음이 가족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아르케’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시는 분이 바로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