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바울은 인간의 행위와 공적과 그것의 자랑으로 의인(義認)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인간은 근본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하나님 앞에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하였습니다.(롬3:10) 그러면서 바울은 창세기 15장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의와 믿음을 소개합니다. 아브라함은 구십세에 받은 하나님의 약속, 즉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백세가 되도록 의심하지 않고 능히 이루어 질 것을 굳게 믿었으니 그 믿음이 그에게 의로 여겨졌다고 합니다.(롬 4:18-22) 이렇게 사도바울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인용하고 강조하는 것은 형식적인 율법주의를 배격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얻게 되는 복음의 핵심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율법은 인간의 의를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거꾸로 인간의 허물을 지적하고 꾸짖는 훈계의 회초리이기에, 불완전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율법이 아니라 복음이라고 하였습니다. 복음의 중심에 누가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의에 이를 수 없으므로,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인간을 구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게 된다는 복음에 따라, 믿음으로 얻는 의와 구원을 강조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믿음으로 말미암아 얻게 되는 의와 구원은 교만을 멀리하고 겸손으로 하나님 앞에 서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찍이 하나님은 “오호라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 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사 55:1)고 하셨습니다. 목마른 자는 구원을 받아야 할 인간입니다. 여기서 돈은 인간의 공로인바, 하나님께서 돈 없이 오라고 하신 것은 아무 공로없이 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 공로 없이 거저 와서 구원의 생수를 마시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역시 값없이, 돈 없이 와서 구원의 생수를 마시는 것입니다. 아무 공로나 능력이나 자랑 없이 오직 믿음으로 구원의 생수를 마시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이를 두고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4) 어떻습니까? 우리가 쌓은 공로와 자랑은 하나님 앞에서 티끌보다 작고 미미하고 초라할 뿐입니다. 그저 우리는 빈손 들고 주 앞에 서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만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은 종교개혁주일입니다. 1517년 10월 31일 가톨릭 신부이자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는 대학교회의 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였습니다. 특별히 루터는 면죄부판매의 부당함을 지적하였습니다. 바티칸 성당의 개축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면죄부를 팔았는데, 면죄부판매의 근거는 공로사상이었습니다. 공로사상은 선행을 통해서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인데, 결정적인 오류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선한행위로 구원받게 천국을 가게 되기에, 공로사상은 인간을 교만에 빠지게 하고 믿음과 구원의 세계에도 차별과 소외가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돈없이 값없이 와서 젖과 포도주를 사라는 하나님의 초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그리고 오직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종교개혁을 외쳤던 것입니다. 5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믿음과 은혜와 말씀이라는 종교개혁의 주제는 여전히 우리의 신앙과 교회를 바르게 세우는 개혁정신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믿음과 행위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분명 그리스도인들은 선한 행위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세상의 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행위와 공적은 믿음에 따르는 결과임을 알아야 합니다. 행위와 공적이, 믿음으로 얻은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사로 이어질 때, 결코 교만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나에게 베푸신 구원의 은혜를 생각하면, 나의 행위와 공로는 늘 부족하고 보잘 것 없다는 겸손의 마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오직 믿음과 은혜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나는 공로 없으나 값없이 베푸신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선을 행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늘에 생명의 보화를 쌓는 자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