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는 신약 성경의 일반 서신 가운데 교리보다는 실천을 강조하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야고보서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이신칭의’의 내용이 빈약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런 이유들로 야고보서는 초대교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야고보서를 잘 읽어보면 야고보서 말씀은 단지 ‘행함’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된 믿음’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야고보는 우리가 이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 믿음은 바로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1절) 야고보는 당시 이미 회당 안에서 자행되고 있었던, 빈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어떤 관습들을 강하게 책망합니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 교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우리 교회가 새로운 사람들이 왔을 때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로 구분해서 안내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선입견, 판단, 차별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절 말씀에서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가 들어왔을 때 그들은 “눈여겨 보았다”고 말하는데 그들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눈여겨 보느라 그들의 신앙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 보다”라는 단어는 신약성경에서 오늘 본문과 누가복음 1:48과 9:38에만 나옵니다. 먼저 누가복음 1:48은 마리아 찬가에서 하나님께서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다”라는 뜻으로, 9:38에서는 예수님께서 귀신들린 아이를 “돌보아 주셨다”라고 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지금 야고보가 책망하고 있는 초대교회 성도들, 그리고 끊임없이 판단하고 차별하는 우리들의 시선과는 달리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자와 비천한자 그리고 병든 자들을 향해 관심을 쏟으시고 그들을 눈여겨 보고 계신 것입니다.

세상은 부유한 자들을 눈여겨 보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가난한 자를 택하셨습니다.(5절) 예수님께서도 팔복 말씀 가운데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영적으로 가난한 자들뿐만이 아니라,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들에게도 ‘좋은 소식’ 되어 주셨습니다. 세상은 가난한 자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부르셨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가난한 자들은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가난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지, 믿음으로는 부유한 자이고 하나님 나라를 상속 받은 자들입니다. 우리는 부유하든지, 가난하든지 세상의 기준에서 사람들을 판단하고 편애할 것이 아니라 믿음의 기준에서 그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야고보는 믿음을 가진 성도들이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 것을 권면한 후에, 이제 14절부터 차별이 없는 믿음은 행함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17, 20, 26절에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 삶으로 몸소 보여주셨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행함은 바로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을 옷이 없고, 하루 먹을 양식이 없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세요, 배부르게 좀 챙겨 드셔야죠” 이렇게 말만 하는 것은 행함이 없는 믿음인 것입니다. 뭔가를 가서 행한 것 같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서의 행함은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삶 가운데 경험하고 그에 따라 변화된 삶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참된 믿음이란 하나님이 주신 은혜에 대해 감격하고 감사하면서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 것을 결단하는 고백인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수많은 행함은 있지만 그 가운데 믿음의 고백이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 설 때 나의 고백, 나의 신앙으로 서야 하는데 자꾸 남들의 모습을 판단하고, 차별하고, 또 비교해서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맡은 직분과 사명에 따라서, 여러분의 신앙의 형편과 삶의 상황 가운데 여러분들의 믿음의 고백으로 하나님 앞에 서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행함으로 여러분의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바로 이 고백이 여러분의 믿음의 역사가 되고, 여러분의 믿음을 온전케 하는 행함이 될줄로 믿습니다. 차별이 없는 믿음! 행함이 있는 믿음! 살아있는 믿음을 회복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