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가 예수님께 용서의 횟수에 대하여 물으니 예수님은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 것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천국 비유를 들려주시면서 만 달란트의 빚을 진 종을 소개합니다. 한 달란트는 육천 데나리온이요, 한 데나리온은 하루 품삯이니 만 달란트는 육천일의 품삯을 만 번 곱한 것에 해당합니다. 햇수로는 164,383년이 되는데 사람의 유한한 수명으로는 갚을 수 없는 액수입니다. 주인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결코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종을 불쌍히 여겨 그의 빚을 탕감해주고 놓아줍니다. 여기서 주인은 누구입니까? 그는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종은 죄를 지은 인간입니다. 따라서 천국은 만 달란트의 죄를 지은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고, 종으로 팔려갈 운명에서 자유를 얻어 살게 되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빚을 탕감받는 것, 그것은 우리를 얽매고 있는 세상의 죄와 허물의 올무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천국은 죄의 빚을 탕감받고 용서받은 자만이 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이제 비유의 후반부로 들어가 봅니다. 주인으로부터 만 달란트 빚을 탕감 받은 종이 자신에게 백 데나리온의 빚 진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조금만 참아 달라는 친구의 간청을 거부하고 그를 옥에 가두어 버리고 맙니다. 이를 안 주인은 그 종을 괴심하게 여겨 빚을 다 갚도록 옥졸들에게 종을 넘깁니다. 나는 만 달란트의 죄를 용서해 주었는데 너는 백 데나리온 그러니까, 100일의 죄를 용서해주지 못하였으므로 천국시민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아무리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했다 할지라도, 그것은 하나님으로 탕감받은 죄에 비하여 새털보다 가볍고 티끌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용서에 관한 물음으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예수님은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라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는데 이는 용서의 행위는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용서를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참된 용서는, 나 역시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는 허물 많은 죄인이라는 죄의 자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용서를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 기억하라는 말씀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입니까? 우리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달리신 분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만 달란트나 되는 인간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그로하여금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의 속죄제물로 보내신 것입니까? 그것은 사랑입니다. 인간을 향한 사랑이요, 죄인을 향한 사랑입니다. 죄 많은 인간을 사랑하셨기에, 그를 죄의 사슬에서 구하고자 독생자를 보내신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요일 4:9)고 하면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났다고 합니다. 우리는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먼저 만 달란트의 죄와 허물을 탕감하고 용서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나를 살리신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을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끊을 수 없는 그 은혜와 그 사랑이 나를 붙들어 매고 있을 때, 세상은 용서가 되고, 마음의 분노와 상처가 치유되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나의 분노와 상처는 백 데나리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대림절 넷째주일입니다. 이제 엿세만 지나면 성탄절인데 주님오시는 성탄 전야는 고요한 밤이요 거룩한 밤이라고 합니다. 왜 고요하고 거룩한 밤입니까? 만 달란트의 죄악이 소멸되기에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나를 구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일만 달란트를 탕감 받은 구속의 은혜로 고요하고 거룩한 성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