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성의 세리장이자 부자였던 삭개오는 키가 작은 터라 예수님을 뵙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예수님은 나무 위의 삭개오를 발견하고서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영접하거늘”(눅 19:5) 예수님의 얼굴만 보아도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주님께서 친히 삭개오의 이름을 부르시면서 네 집에 유하겠다고 하셨으니 삭개오는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수님과 삭개오의 만남을 지켜보고서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 ”(눅 19:7)라고 하였습니다. 왜 뭇 사람들은 삭개오를 죄인으로 여겼습니까? 예수님 당시 세리는 로마제국에게 세금을 거두어 바치는 일을 맡았기에 죄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삭개오는 세리장이요 부자였으므로 더 큰 죄인으로 의심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세리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삭개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삭개오는 키가 작다는 신체적 열등감이 아니라 죄인으로서, 죄인을 용서하러 오신 주님을 만나기 원했던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불리우는 에밀 브룬너와 칼 바르트는 믿음의 접촉점에 관한 논쟁을 하였습니다. 브룬너는 인간 스스로가 죄인이라는 의식을 가질 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바르트는 인간이 죄를 깨닫고 예수님이 접촉점이 되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맞지만, 인간이 죄를 자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죄의 인식에 있어서 브룬너는 최소한 인간의 이성과 양심이 작용하고, 바르트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신학자는 예수가 접촉점이 되어 하나님을 만나는 동기에 있어서는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은 죄인으로서 예수를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동기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내가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세리장이든 부자이든 죄의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그의 영혼은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삭개오는 죄인으로서 주님을 만나고자 했기에, 그는 세리장이요 부자라는 사회적 지위와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나무 위로 올라간 것입니다. 세상은 삭개오를 죄인으로 취급했지만, 이제 예수님은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눅 19:9)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눅19:10) 잃어버린 자, 그는 곧 죄인이 아니겠습니까? 사도바울은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부족하고 허물많은 존재라는 것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 앞에 부족하고 허물많은 자라는 겸손의 모습으로 선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겸손의 모습은 세상 자랑과 공로를 내려놓게 합니다. 결코 하나님 앞에 교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나는 부족한 죄인이라는 가난한 심령으로 주님을 만날 때에, 구원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어서 참된 구원을 얻은 자에게 완전한 변화, 곧 영혼의 자유함을 얻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눅 19:8) 죄의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삭개오는 세리라는 신분에 대해서 그리고 부자라는 물질에 대해서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소유를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나눔의 대상은 물질뿐만 아니라 내면에 품고 있는 성품과 인격까지도 포함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소유만이 아니라, 위로와 관심과 사랑과 온정도 나누는 것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상처받은 영혼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과 용기가 되는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예수를 믿어 죄사함을 받고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내 영혼이 자유함을 입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참된 구원은 영혼이 자유함을 입는 것이요, 그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을 섬기고 이웃과 함께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는 허물많고 부족하다는 겸손의 모습으로 예수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영혼이 자유함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이제 구원받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과 이웃을 섬기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