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의 성 피에르 교회는 500년 전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장로교를 창시한 칼빈이 목회하였던 교회입니다. 이 교회 전면은 스테인드글라스만이 장식되어 있고, 벽면과 강대상 주변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정갈하고 단순하고 경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구원에 필요한 요소는 오직 말씀과 믿음과 은혜만 있을 뿐임을 강조하였던 종교개혁의 3대강령에 기초하여 믿음에 방해되는 교회안의 모든 형상들을 버렸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피에르 교회 본당의 벽에는 대리석패가 하나 붙어있는데 이것은 2차 대전 직후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였던 예배를 기념한 것입니다. 1946년 2월 10일에 드려진 이 예배는 유럽 최초의 초교파연합예배였는데, 그날에 전해졌던 성경본문말씀인 누가복음 15장 7절과 에베소서 2장 14절로 15절의 말씀이 기념패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평화는 힘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과 용서로 얻어진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전쟁의 원인은 인간의 죄악으로부터 출발하기에 모든 인류는 하나님 앞에 회개의 모습으로 서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본문인 에베소 2장에서, 사도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사이에 놓여있는 원수된 담을 자신의 몸으로 허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평을 이루게 하셨다고 합니다.(엡 2:14-16) 여기서 원수된 담은 첫째는 하나님 앞에 범죄함으로 인간 스스로가 쌓은 죄악의 담이요, 둘째는 인간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여 쌓은 죄악의 담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것은 바로 하나님과 그리고 인간 사이에 놓여 있는 모든 담을 허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담을 허물 때만이 평화가 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직 십자가의 방법으로만 둘을 갈라놓은 담을 허물 수 있으며, 둘을 하나 되게 하며, 비로소 화평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랑과 용서입니다. 죄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놓은 사건입니다.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으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의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로 막힌 담을 허문다는 것은 곧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는 것이요, 이 방법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는 어떻게 용서를 실천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내가 죄인임을 시인하고 용서받은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 용서의 체험이 있는 자만이 이웃을 용서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나의 자존심과 위선을 버리고 죄인으로서 용서의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믿음의 핵심입니다.

성 피에르 교회가 드렸던 참회와 평화의 예배는 마틴 뉴뮬라 목사가 주관했습니다. 그는 일찍이 고백교회를 결성하여 히틀러에 저항하다가 옥에 갇혔으나, 연합군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감옥에서 살아 나온 그는 어느날 하나님 앞에서 최후의 심판을 받는 꿈을 꿉니다. 그런데 뒤에서 한 증인이 하나님께 말하길, 자신은 뉴뮬라 목사에게 줄수 있는 아무 증거가 없다고, 나아가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의의 복음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꿈속의 증인은 다름 아닌 히틀러였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뉴뮬라 목사는 히틀러만이 죄인이 아니라, 그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한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도 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참회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성 피에르 교회에서 드렸던 평화의 예배의 두 번째 본문은 누가복음 15:7절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은 회개하는 한 영혼을 얻는 것이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을 얻는 것 보다 더 기뻐하신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전쟁의 범죄로부터 벗어 날수 없음을 깨닫고, 참회로서 평화를 간구하는 예배를 드릴 때,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예배가 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다는 것은, 나의 옛사람의 허물을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이요, 이는 곧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먼저 나의 죄를 용서하시는 용서의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죄로 인하여 놓여진 막힌 담을 없애야 합니다. 죄악으로 막힌 담을 허물어 버릴 때에 나의 영혼은 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군사적 힘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세상의 평화는 모두 거짓입니다.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만이 평화를 가져 올수 있다고 말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십자가에 달리신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을 만시기 바랍니다. 그 사랑과 용서의 감격으로 여러분의 영혼이 평안을 누리고, 나아가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