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門徒)는 하나의 스승 아래에서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제자라는 뜻인데, 12제자를 포함한 120문도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성령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는 홀연히 성령이 내려 왔습니다.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성령, 그리고 불같은 성령이 임하니 방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행 2:1-4) 놀라운 것은 제자들의 방언을 오순절 순례자들이 각자 자신의 언어로 알아 들었다는 것입니다. 오순절 순례자는 남 왕국 유다의 멸망 이후 흩어진 유대인들(디아스포라)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제자들의 방언을 알아들었으니 “우리가 다 우리의 각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함을 듣는도다”(행 2:11)라고 놀라워했던 것입니다.

이는 곧, 예수님께서 성령이 임하면 권능을 얻어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하신 말씀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땅끝까지 이르러 예수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가 통해야 하는데, 오순절 성령은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는 방언의 역사를 일으킨 것입니다. 방언의 은사의 핵심은 소통입니다. 복음으로 마음에 억눌림을 당한 자, 마음에 원통함을 가지고 있는 자와 대화하고 그들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방언을 받은 자입니다. 그가 전하는 위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방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18 내가 너희 모든 사람보다 방언을 더 말하므로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19 그러나 교회에서 네가 남을 가르치기 위하여 깨달은 마음으로 다섯 마디 말을 하는 것이 일만 마디 방언으로 말하는 것보다 나으니라”(고전 14:18-19)고 하였던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성령강림주일을 맞아 우리는 소통하는 언어, 방언을 사모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고난을 당한자, 슬픔을 당한자, 눈물의 골짜기를 걸어가는 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소망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어서 오순절 성령은 방언을 통하여 하나되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라고 합니다. 바벨탑 사건 이후로 갈라진 언어는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으로 모두가 알아듣는 놀라운 일로 나타났습니다. 언어는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을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믿음의 공동체가 하나 되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라는 공동체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하지만 성령으로 하나되는 곳이 교회입니다. 개개인의 생각과 경험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교회가 성령충만한 교회입니다. “12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13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 12:11-13)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다는 것은, 예수님이 몸과 머리가 되신 교회에 다양한 성도들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본토박이인 유대인과 이방인인 헬라인 그리고 종과 자유인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다양성 속에 일치를 말하는 성령의 역사입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로 서로의 말을 알아듣게 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서 하나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순절 성령은 내일의 꿈을 꾸게 합니다. 베드로는 120문도의 방언을 듣고 모여든 오순절 순례자들에게 요엘 선지자의 예언의 말씀을 인용하여 설교를 합니다. 소위 말하는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세에 성령을 부어 주실 때에,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젊은이는 환상을 볼 것이요, 늙은이들은 꿈을 꿀 것이요, 종들 역시 예언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행 2:16-18) 예언과 환상과 꿈은 모두가 내일이라는 미래의 특징을 가집니다. 성령을 받은 자는 고단하고 힘든 오늘을 살아 간다할지라도 꿈이 있는 내일을 소망하며 산다는 것입니다. 아직 꿈을 이루지는 못했어도 환상으로 미리 본다는 것입니다. 그 꿈에 대해서 미리 예언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순절 성령이 여러분에게도 임하기를 바랍니다. 성령충만으로 소통하고, 하나를 이루고, 희망의 내일을 꿈꾸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복된 미래를 소유하는 믿음의 백성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