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광부들은 탄광에 들어갈 때 일산화탄소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고 횃대에서 새장 바닥으로 떨어지면 광부들은 갱도를 탈출하였습니다. 카나리아는 무색무취인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광부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카나리아를 통해서, 연약한 존재가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기에 그로부터 공동체의 생명을 지키게 된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과 율법을 주셨습니다. 이는 450년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로 자유의 삶을 살게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래서 율법의 배경에는 항상 종되었던 지난날을 기억하라는 말씀이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주시면서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라”(신명기 5:6)고 하셨습니다. 안식일 법의 배경 역시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신명기 5:1)고 하면서, 애굽에서 종되었던 과거를 기억하게 합니다. 안식과 쉼이 있는 세상을 보장하기 위해 안식일 법을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인 레위기 19장은 소위 약자보호법이라고 말하는 율법입니다. 가난한 자와 이방인들을 위해 곡식을 거둘 때에, 밭 모퉁이는 거두지 말고 남겨 두라고 합니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라고 합니다. 포도원의 포도도 다 따지 말고, 떨어진 포도송이도 그냥 두라고 합니다. 약한 이웃을 억압하거나 착취하지 말고, 품꾼의 품삯을 다음 날로 미루지 말라고 합니다. 귀먹고 앞 못보는 자들을 장애가 있다고 저주하지 말고, 그들 앞에 장애물을 두지 말라고 합니다. 재판할 때는 가난한 자나 세력있는 자나 공정하게 재판하라고 합니다. 이웃의 피를 흘려 이익을 얻지 말라고 합니다.(레 19:9-16) 그리고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레 19:18)고 하면서 약자보호의 율법은 이웃 사랑으로 귀결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이웃은 가난한 자요, 거류민이요, 장애우요 유리하는 빈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였으니, 진실된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특별히 예수님은 이웃 사랑이 영생과 연결되고 있음을 말씀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눅 10:25)라고 물었던 율법교사의 물음에서 시작된 대화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이웃이 누구냐는 것입니다. 율법교사가 생각하는 이웃은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예수님이 생각하시는 이웃과 달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들려 주시면서, 우리의 이웃은 강도만난 자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율법교사는 나를 사랑하는 자를 나의 이웃으로, 나와 코드가 맞고 나의 이익에 부합한 자를 나의 이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물론 비유에 등장하는 제사장과 레위사람 역시, 부와 권세가 있는 자들끼리만 나의 이웃으로 사랑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과 목숨과 힘과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이는 곧, 완전한 구원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날개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연약한 카나리아는 탄광의 광부를 죽음의 위험에서 살렸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약한 자를 이웃으로 주신 것은, 우리를 사망에서 생명으로 이끌기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의 신음소리를 외면한 사회는 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음을 지난 역사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약한 이웃은 욥의 고백처럼 한 분이신 하나님께서 지으신 소중한 생명이요 인격체로 여기며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욥 31:13-15)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참 자유과 구원의 삶을 살게하기 위해서 계명과 율법을 주셨습니다. 계명과 율법의 중심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내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종에 매인 삶에서 자유와 구원을 받았으니,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