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과 맞서 싸운 엘리야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저들을 모두 물리칩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듣고서, 우상을 열렬히 섬겼던 아합왕의 아내 이세벨이 엘리야를 죽이려 하자 엘리야는 갈멜산의 승리를 뒤로하고 40일 주야를 걸어서 호렙산 동굴로 피신합니다. 그때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라고 하시면서 밖으로 나와 나를 만나라고 하셨습니다.(왕상 19:9) 엘리야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불어와서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어 버리는데 하나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큰 지진이 일어나 땅이 흔들리고 불이 솟았으나 그 가운데도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나서 세미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11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시더니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에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12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왕상 19:11-12)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로 엘리야를 부르시면서, 이스라엘 가운데서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하나님의 백성, 칠천명을 남겨 두었으니 그들과 함께 하나님의 일을 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왜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로 당신을 나타내 보이셨습니까? 하나님은 갈멜산에서 불을 내리시어 850명의 우상의 선지자들을 물리치게 하셨는데, 이것은 자칫 엘리야에게 크고 놀라운 이적만을 추구하는 외식적인 선지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호렙산 동굴로 숨어들어온 엘리야를 다시 세우기를 원했습니다. 미세한 것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 속에서도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무수히 많은 이적들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바로에게 내렸던 열가지 재앙에 이어, 홍해가 갈라지는 거대한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 갈라진 바다를 발로 밟고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목이 마르고, 먹을 것이 부족할 때마다 하나님을 원망하였습니다. 차라리 애굽의 종살이로 돌아가자고 소리치면서, 애굽의 떡과 고깃가마를 그리워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크고 놀라운 이적에만 눈이 가려 정작 하나님께서 보여주고자 했던 하나님의 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종이라는 어두운 동굴을 벗어나서 자유의 빛이 충만한 세상을 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광야 40년 연단을 계획하셨던 것입니다. 광야 40년은 세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훈련이요 연단의 기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6)고 하셨습니다. 은밀한 가운데서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것은, 정한 마음, 바른 정신으로 하나님을 만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깨닫고 그에 순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쪼개는 능력의 바람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려고 합니다. 땅을 흔드는 지진과 큰 불꽃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를 통해서 우리에 말씀하십니다. 바람과 지진과 불꽃은 너무 시끄럽고 너무 요란하여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소란스럽고, 흉흉할수록 우리는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전쟁의 소문이 끊이지 않고,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과 홍수가 범람하는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제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말씀하십니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세미한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바로 복음입니다. 복음을 듣고 복음에 순종함으로서 우리는 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미한 소리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사망과 어둠의 동굴을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빛과 생명이 충만한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