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晉)나라 장수 환온(桓溫)은 촉(蜀)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수척의 배를 가지고 양자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삼협(三峽)을 지날 때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왔는데 이를 본 어미 원숭이는 슬피울며 배를 뒤따라갔습니다. 강폭이 좁아지는 곳으로 배가 지날 때에, 어미 원숭이는 배위로 뛰어올랐지만, 백리 길을 달려온 원숭이는 배에 오르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습니다. 새끼를 잃은 슬픔이 어미의 창자를 마디마디 끊어 놓은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장(斷腸)의 아픔’ 또는 ‘단장의 슬픔’은 이 고사에서 유래합니다.

오늘 본문은 젊은 아들을 잃은 나인 성의 과부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인 성으로 가시다가 상여를 만나게 되는데, 죽은 자는 과부의 외아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젊은 아들을 잃고 슬픔에 빠진 과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 여인을 불쌍히 여기시고 울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관에 손을 대시고 “청년아,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고 말씀하시니 죽었던 아들이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눅 7:13-16) 여기서 우리는 인간을 바라보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데, 단장의 아픔으로 바라보는 마음이었습니다. “불쌍히 여기다”는 “스플랑크니 조마이”라는 동사인데 사람의 ‘창자’ 또는 ‘내장’을 가르키는 ‘스플랑크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의학에서 ‘내장학’을 ‘스프랑크놀로지/splanchnology’라고 말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불쌍히 여기다”라는 말이 그 의미와 전혀 관계가 없는 창자에서 유래된 이유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불쌍히 여기신” 예수님은 마음은 나인 성의 과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경에서 “스플랑크니 조마이”라는 동사는 오직 예수님만이 주어가 되어 12번 쓰여지고 있는데, 예수님은 병들고, 주리고, 고통 가운데 있는 자들을 바라볼 때 단장의 아픔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하나님 역시, 이스라엘 백성을 어머니의 심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사 49:14-15) 하나님은 바벨론으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응 향해서 나는 결코 너희를 버리지도 않았고, 잊은 적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어찌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이 여기지 않겠느냐고 하시면서, 나 역시 그렇다는 것입니다. 특히 하나님은, 행여 자신의 자식을 잊을지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육의 어머니보다 더 강렬한 마음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의 마음속에 품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버려진 아기를 받아주는 베이비박스가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육의 정을 끊을 수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생명을 끝까지 보듬고 지키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운영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예수를 믿는 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내 시련의 강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에, 단장의 아픔으로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살려내시는 이가 하나님이시요, 예수님이시기에,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가 보내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로 믿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도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은 세상의 어떤 권세나 위협으로도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롬 8:35-39) 어떠한 환란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위험이나 칼이라 할지라도, 아니 사망의 권세라 할지라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젊은 아들을 잃은 나인 성의 과부를 불쌍히 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예수를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인 것입니다. 단장의 아픔으로 자식을 보듬는 그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난 바 되었고, 그것은 세상의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떠한 것도 끊을 수 없는 참사랑을 베풀기 위해,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셨고, 그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죄많은 인간을 살리기 위해 친히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울지 말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고통과 사망을 이기고, 기쁨과 생명으로 역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