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설교에서 하나님은 70년 포로로 잡혀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택한 종을 보내 주시겠다고 하였는데, 그는 이방에 정의를 베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사 42:1) 여기서 이방은 이스라엘처럼 전쟁의 참화를 입고 포로로 잡혀간 모든 고난 당한 백성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베풀 정의는 상한 갈대도 꺽지 아니하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정의는 인간의 실존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입니까? 그는 이방에 하나님의 정의를 베풀기 위해 보내심을 받는 하나님의 택한 종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사야의 말씀을 받아서, 흑암에 앉은 백성과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큰 빛을 비추기 위해 오셨다고 하셨습니다.(마 4:14-16) 흑암과 사망의 그늘에 앉은 자들은 그 시대의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과 같은 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구원의 빛이 되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신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주님은 내 인생의 로또를 당첨시키기 오신 분이 아니라 고난당한 인생을 구하기 위해서 오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팔복에 관한 말씀인데 우리는 먼저 예수님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히 깨닫고 나서 팔복을 읽어야 합니다. 팔복, 여덟가지 복, 얼마나 좋은 복입니까? 팔각정의 정자가 편안하게 보이듯이 팔복은 안정되고 편안한 복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은 이적의 소문을 듣고 모여든 큰 무리에게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라고 하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 곧 마음과 영혼이 가난한 자는 누구입니까? 그는 먼저 물질로 가난한 자를 말할 수 있습니다. 병행구절인 누가복음 6장 20절은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가난으로 쓰인 '프토코스'는 물질의 가난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물질적인 가난 그 자체가 복이 되고 하나님 나라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좀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심령이 가난한 자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통회하는 마음과 겸손한 영을 가진 자의 마음을 소생시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사 57:15) 통회하는 마음, 그것은 자신의 허물과 부족함을 알고서 그 허물과 부족함을 하나님께 아뢰는 마음인데 그것과 더불어 겸손한 영을 가진 자가 심령이 가난한 자인 것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많은 부를 소유하고, 고귀한 지식을 습득하고, 높은 권세를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그것이 얼마나 많고 고귀하고 높겠습니까? 세상의 소유와 지식과 권세는 새벽이슬처럼 사라지고 마는 유한하고 불완전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 진리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 부족하고 허물 많은 자로 서는 자가 심령이 가난한 자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복이 있다 하셨고, 그에게 천국이 주어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어지는 애통하는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 모두는 심령이 가난한 자로서, 이 애통함과 이 목마름과 이 핍박을 하나님 아시오니 나를 구해 달라는 갈급한 기도가 있는 자입니다. 심령의 가난은 물질을 넘어서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갈급한 영을 말합니다.

오늘은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무엇을 축복으로 받았기에 감사의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까? 물질의 축복을 받았다면 당연히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나의 육신이 치유 받고, 나의 자녀에게 좋은 일이 주어지고, 내가 계획한 일이 이루어 지고, 나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그 역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감사는 가난한 나의 심령에게 복을 주시고 천국의 영원한 생명을 주신 것에 감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통회하는 마음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영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축복으로 응답하시니, 그에 감사를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팔복을 말씀하신 예수님은 축복의 통로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의 가난한 심령을 하나님께 아뢰고 하늘의 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가난한 심령으로 하나님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나는 부족하고 허물 많은 자라는 겸손의 마음으로 하나님을 의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늘의 예비된 복을 받고 천국을 소유하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