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이 늙어 사사로서 더 이상 나라를 다스릴 수 없게 되자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들이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 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사무엘은 왕을 세워달라는 장로들의 요구를 기뻐하지 아니했습니다. 이스라엘을 지키는 것은 왕이라는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고 따르는 믿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엘은 하나님께 기도하였더니 하나님은 백성들의 말을 들어주되 먼저 왕의 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가르치라고 하였습니다. 아들들은 왕을 지키는 병사로 끌려가고 딸들은 왕의 음식을 만드는 시녀가 된다는 것입니다. 포도원과 감람원의 제일 좋은 소출을 왕에게 바쳐 왕의 신하들이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고, 양 떼의 십분의 거두어 갈 것이니, 너희는 왕의 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삼상 8:6-9)

이렇게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왕의 제도는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마음에 흡족한 왕이 될 수 있는 것입니까? 본문에서 솔로몬 왕은 “하나님이여 주의 판단력을 왕에게 주시고 주의 공의를 왕의 아들에게 주소서”(시 72:1)라고 하면서 하나님에게 통치의 지혜를 구했습니다. 과연 하나님께서 주신 판단력과 공의로 다스리는 통치는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주의 백성을 공의로 재판하고, 주의 가난한 자를 정의로 재판하여 모든 백성으로 하여금 평강을 얻게 하는 것이었습니다.(시 72:2-3) 특별히 솔로몬은 이스라엘 백성을 주의 백성이요 주의 가난한 자라고 하였습니다. 나에게 맡겨진 이 백성,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요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옛말은 바로 이를 가르켜 하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임을 깨달은 왕은 결코 백성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무엘이 경고하고 염려하였던 세상 왕의 허물은 민심이 천심임을 깨닫지 못하고 백성을 왕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백성의 아들들은 전쟁의 도구로 삼고 백성의 딸들은 왕의 시녀로 삼고 그리고 백성들이 땀흘려 추수한 소출은 왕에게 바치게 했던 것입니다. 솔로몬은 다시한번 왕에게 맡겨진 주의 백성을 지키고 돌보는 왕은 어떤 자인지를 말합니다. “그가 가난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 주며 궁핍한 자의 자손을 구원하며 압박하는 자를 꺾으리로다”하지만 솔로몬 역시 말년에는 세상 왕의 불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백성을 혹사하는 실정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되고 말았습니다. 실로 사람이 왕이 되어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대림절 넷째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성탄절을 목전에 두고 우리가 기다리는 아기 예수는 어떤 분입니까? 그는 주의 판단력과 주의 공의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왕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이야말로 가난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궁핍한 자의 삶을 배부르게 하시는 참된 왕이 아니겠습니까? 선지자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보내실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언하면서 그는 세상의 눈과 귀로 판단하지 아니하시고 공의로 가난한 자의 재판을 올바르게 판결하고, 정직으로 겸손한 자를 판단할 것이며, 그의 입의 막대기로 세상의 악을 소멸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사 11:1-10) 그래서 그가 다스리는 나라는 사나운 짐승과 순한 짐승이 함께 눕고 어우러지며, 어린아이가 독사굴에 손을 넣어도 해받음을 당하지 않으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10절에서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서 만민의 기치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평강의 나라는 세상 열방과 만민에게 미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은 눈물의 비극이 없는 안전한 세상, 무엇을 타고 어디를 가도 해 받음 당하지 않는 안전한 나라가 바로 이사야가 말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직 영원한 왕이요 평강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그가 다스리는 나라를 갈망해야 할 것입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 가난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궁핍한 자의 삶을 배부르게 하는 은혜의 역사가 있기를 바랍니다. 눈물의 아픔을 간직한 심령에게는 아기 예수로 말미암아 하늘의 위로가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주의 판단력과 공의로 다시는 상함이나 해받음이 없는 복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