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된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본 제자들은 예수님께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요 9:2)라고 묻습니다. 제자들은 인과응보에 따라 맹인에게 불행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구약 욥기의 주제는 신정론에 관한 것인데, 하나님이 친히 다스리는 세상에서 어떻게 억울한 재난과 불행이 있을 수 있냐고 묻고 있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악한 자가 흥하고 선한 자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으니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욥의 친구들은 인과응보의 잣대로 욥에게 그의 죄를 추궁하였는데 예수님의 제자들도 욥의 친구처럼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의 불행을 인과응보로 해석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요 9:3)라고 하시면서 맹인의 상황을 죄의 문제로 판단하지 말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과거의 죄에 매달리지 말고, 장차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나타내실 것인지를 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침을 뱉어 진흙을 개어서 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였던 그 사람의 눈에 바르셨습니다. 그리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따라 맹인은 실로암 못으로 가서 눈을 씻으니 기적이 일어나게 됩니다. 앞을 보지 못했던 눈이 열려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의 하실 일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어떻습니까?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를 믿는 것은 과거의 죄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벗어 버리고 빛의 세상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본문이 주는 첫 번째 교훈입니다. 믿는 자는 오늘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 하나님의 타나내실 일을 바라보면서 복된 내일을 사는 자인 것입니다. 그에게 실로암의 기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맹인의 눈을 뜨게한 예수님의 이적을 보고서 바리새인들이 분노하였습니다.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치유행위를 했다고 예수님을 비방하고 눈이 밝아진 맹인을 마을 밖으로 쫓아 버렸습니다. 이를 알고서 예수님은 다시 맹인을 만나서 “네가 인자를 믿느냐”고 하시면서 지금 너와 말하는 자가 인자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니 그는 예수님께 절을 올리면서 “주여 내가 믿나이다”라고 믿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실로암 기적의 본질을 말씀합니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왔는데 그 심판은 보지 못하는 자를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되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요 9:39-41)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육신의 눈을 뜨게 하셨지만 본질로는 영의 눈을 뜨게 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영의 눈이 어두운 자는 여전히 맹인이요 그에게 죄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육의 눈으로 본다고 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그는 하나님 없이 나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자입니다. 내가 본 것만을 믿고 판단하는 자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생각을 가진 자에게는 하나님이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보고 판단하니 하나님은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인간의 눈이 얼마나 우둔하고 미숙하고 어두운지 말입니다. 본다고 하지만, 한치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눈이요 인간의 판단입니다. 날마다 생명을 앗아가는 위험한 사고와 재난이 일어납니다. 내가 직접 보고 판단했던 길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요 그것이 가장 안전한 길로 알고 달려갔지만, 그곳에 무수히 많은 시련과 역경이 놓여 있음을 경험하며 실족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이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나는 본다고 외치는 그 교만이 바로 죄인 것입니다. 한편 예수님은 보지 못하는 자를 보게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는 누구입니까? 그것은 육신의 불완전한 한계를 깨닫고 나는 보지 못하는 자이니 하나님이여 나를 인도하여 주소서라고 간구하는 자입니다. 예수님은 그를 보게 하시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하나님 앞에 겸손한 자,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하는 자,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지하는 자, 그를 보게 하셔서 그로 하여금 실족하지 않게 하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고 푸른 초장에 누이시겠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여신도회 주일을 맞아 헌신예배로 드리고 있습니다. 여신도회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나타내실 일을 소망하면서 살아가는 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2023년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든 시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걸어간다면 결코 이 한해도 복되고 안전한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과거에 매이는 삶이 아니라 소망의 내일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눈이 되시고 길이 되어주셔서 의와 복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