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 손주들이 아파할 때 할머니가 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아파서 울던 아이는 할머니 품에서 잠이 듭니다. 그리고 한숨 자고 나면 아픈 것이 깨끗이 사라지고 다시 신나게 뛰어 놉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할머니의 약손과 같은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운 것을 보시고 그의 손을 만지시니 열이 내리고 열병이 낫게 되었습니다.(마 8:14-15)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장모의 손을 어루만져 주신 것은 병든 자의 아픔을 가슴으로 품어주셨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병자들이 예수님께로 모여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일일이 몸에 손을 얹으셔서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누가복음 4:40은 “해 질 무렵에 사람들이 온갖 병자들을 데리고 나아오매 예수께서 일일이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고치시니”(눅 4:40)라고 기록합니다. 해가 지도록 예수님은 온갖 병자들을 마다하지 않고 일일이 그들의 아픈 몸에 손을 얹으사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세상에 이런 의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예수님의 치유행위를 두고 마태복음은 이사야가 말하였던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 지셨도다”라고 한 그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고난 받는 종의 장’으로 알려진 이사야 53장을 인용한 것인데, 하나님께서 보내실 메시아는 인간의 질고와 슬픔을 스스로 지고서 그 아픔과 고통에 함께 한다는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사야는 마침내 메시아는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채찍에 맞고 창에 찔림으로써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나음을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사53:4-5) 예수 그리스도는 나에게 누구이며, 그분은 나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주님은 나의 연약함을 친히 담당하시고, 나의 병을 짊어지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라는 허물 많은 인간에게 어떤 분이신가를 분명하게 깨달을 때, 연약한 나는 주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고, 병든 나는 주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간절함으로 예수님이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서 수많은 병든 자들이 주를 뵙고자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작년에 고인이 되신 이어령 박사는 그의 딸이 암에 걸린 것으로 인해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작년 2월 26일, 88세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그는 소천하기 나흘 전에 유고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의 서문을 쓰고 돌아가셨습니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 22일 이어령>> 이어령 박사는 10년 전에 먼저 간 딸의 천국으로 내가 간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만이 아시는 그 길을 믿음으로 네가 먼저 갔으니 이제 내가 그 길을 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천국에 대한 확실한 소망을 가지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온전한 믿음을 가지게 된 동기는 암에 걸린 딸의 믿음이었습니다. 아버지로서 투병 중에 있는 딸에 대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지만, 딸이 믿었던 하나님은 이국만리 미국에서 병든 딸을 돌보시고 지켜 주셨다고 하였습니다. 육의 부모보다 하나님의 사랑이 더 지극하고 간절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책감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고 예수를 믿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이어령 박사는 병중에 누워있는 딸을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고 계시는 주님을 보았을 것입니다. 아니 우리의 연약함을 친히 담당하시고, 우리의 병을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약한 것을 담당하고 우리의 병든 것을 짊어지기 위해 오셨습니다. 우리의 약한 것과 병든 것, 그리고 우리의 허물과 죄악까지도 모두 대신 짊어지셨으니 그것이 곧 십자가 죽음이 아니겠습니까? 주께서 십자가에 달림으로 우리는 평화를 얻고 나음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로 다시 살아나셨으니, 이제 우리는 믿음 안에서 주와 함께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의 약함을 아시고 친히 나의 손을 어루만져 주시는 예수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나의 손을 잡아주시는 주님의 자비로운 손길로 말미암아 육신의 병이 낫고, 영혼의 자유함을 입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