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0월 12일, 경주호 납북미수 사건의 최종 판결에서 김홍섭 판사는 3명의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리고나서 김 판사는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이렇게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하나님의 눈으로 보시기에는 누가 죄인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제가 능력이 모자라 여러분에게 사형을 선고하니 그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평소에 "재판은 어떠한 근거에 의한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재판할 수 있는 것인가?”, "재판이라는 소중한 임무에 내가 적격한 자인가?"라는 세 가지 물음을 늘 가슴에 품고서 재판에 임했다고 합니다. 특별히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하나님 앞에 모든 인간은 허물 많은 자요 실족할 수밖에 없는 부족한 존재임을 고백하였습니다. 사형수의 아버지라 불리웠던 김홍섭 판사, 그의 또 하나의 별칭은 사도 판사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사형선고를 내린 죄수를 찾아가 신앙의 길로 인도하였기에 사도 판사로 불리웠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 역시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라고 하면서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허물 많은 죄인임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죄인임을 깨닫는 고백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구약의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보낼 나의 종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갈 것인데, 그로인해 죄 아래에 있는 인간은 생명을 얻고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사 53:4-5) 예수님은 나만이 의롭다는 자의식에 빠져있는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나는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였습니다.(마가 2:16-17)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는 자는 예수를 만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 일시적 의인이 있을 수 있고 부분적 의인이 있을 수 있으나 완전하고 영원한 의인은 없습니다. 내가 평생을 예수를 믿어도 감동이 없고 눈물이 없고 은혜가 없다면, 그것은 내가 죄인으로 주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물 많은 죄인으로 주를 만날 때에, 감동이 있고 눈물이 있고 은혜가 있는 것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시편 시인은 부족한 내가 무엇이관대 주께서 나를 알아 주시며, 나약한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해 주셨냐고 고백합니다.(시편 144:2-4) 시인은 부족한 나를 사랑으로 붙들어 주시고, 연약한 나에게 세상 환난을 피할 요새와 산성이 되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니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같이 허무하였으나, 하나님은 이 헛것 같은 사람을 알아 주시며 이 부족한 인생을 귀히 여겨 주셔서 나를 돌보시고 지켜주셨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 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라는 감사의 고백이 있습니까? 그것은 내가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으로 하나님 앞에 설 때만이 가능합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이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이 깨달음이 있을 때 우리는 뜨거운 가슴으로 예수를 만날 수 있으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나의 구주로 영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죄인임을 깨닫는 것은, 타인의 삶과 생명에 대하여 소중한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그것은 서두에 언급한 김홍섭 판사와 같은 모습입니다. 사형수를 향하여 “하나님의 눈으로 보시기에는 누가 죄인인지 알 수 없습니다.”라는 사도판사의 고백은 죄인조차도 그의 생명과 인격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합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도판사의 선고를 듣고서 사형수는 눈물로 회개하고 천국을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 있다는 사도 바울의 고백은 사도 판사, 김홍섭에게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내가 허물많고 부족한 죄인임을 시인하는 것은,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를 영접하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웃의 삶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삶을 살게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예수를 만남으로 헛것 같고 그림자 자 같은 인생이, 하나님께서 알아주시고 생각해 주시는 복된 삶으로 변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