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인도로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 호렙산 가까이에 있는 르비딤에 이르러 장막을 칩니다. 마침 그곳에는 마실 물이 없었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하였습니다. 왜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가족과 가축들을 목말라 죽게 하냐고 하였습니다. 백성들의 원성은 더욱더 커져서 마침내 모세를 돌로 치려고 하자, 다급한 모세는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모세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모세에게 장로들을 데리고 호렙산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반석을 나일강을 치던 지팡이로 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바위에서 물이 나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출 17:5-6) 그런데 모세는 목마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백성들이 물이 없다고 소동을 벌일 때에 보여준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곳 이름을 ‘맛사’와 ‘므리바’로 불렀습니다. 맛사는 “하나님이 계신지를 시험하다”라는 뜻이요, ‘므리바’는 “대들며 다투다”라는 뜻입니다.(출 17:7)

시편 95편의 시인은 “너희는 므리바에서와 같이 또 광야의 맛사에서 지냈던 날과 같이 너희 마음을 완악하게 하지 말지어다”(시95:8)라고 하면서 세상의 시험에 미혹된 백성들은 사십년 광야 생활 내내 하나님을 근심하게 하였고 하나님의 길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육의 목마름은 해결 받았지만 영의 목마름은 해결 받지 못했음을 시인은 말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노하여 맹세하기를 그들은 내 안식에 들어오지 못하리라 하였노라”(시 95:11) 어떻습니까? 출애굽의 1세대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였던 갈렙과 여호수아 그리고 출애굽의 2세대 만이 가나안을 밟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맛사의 불신앙과 므리바의 어리석음을 버리고 구원의 반석이신 하나님을 노래하자고 하였습니다.(시 95:1) 하나님은 우리를 기르시고 지키시는 목자와 같은 분이시니 그에게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경배하자고 하였습니다.(시 95:6-7) 선지자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목마른 백성을 부르고 계시니, 하나님께로 나아오라고 합니다. “오호라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 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사 55:1) 돈 없이, 값 없이 나아와 생수를 마시고 포도주와 젖을 사라는 것은 아무 공로 없이 하나님께 나오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양식은 세상의 능력과 재주와 자랑을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아무 공로 없이 빈손 들고 나와서 사는 것입니다. 물이 없다고 모세를 원망하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물이 없다고 하나님이 계시네 아니 계시네 의심하고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빈손 들고 하나님께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 공로 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면서 하나님께 간구할 때, 그에게 생수를 공급해 주시는 것입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갑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일강을 쳐서 피로 물들게 한 지팡이로 호렙산의 반석을 치라고 하였습니다. 모세의 지팡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였기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으로 오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반석의 생수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수가성의 사마리아 여인에게 네가 주는 우물물은 다시 목마를 것이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고 하였습니다. 목마른 자를 부르셔서 아무 공로 없이 물을 마시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생수를 공급해 주시는 것입니다. 모세의 지팡이로 반석을 쳐서 물을 내게 하신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을 주시는 것입니다. 사순절 셋째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맛사의 불신앙과 므리바의 시기 다툼을 내려놓고 광야 길을 걷는 절기입니다. 아무 공로 없이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만을 바라보면서 거친 광야의 목마름과 배고픔의 시험을 이겨내는 절기가 사순절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목마른 자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아무 공로 없지만 두 손 들고 나아와 값없이 주시는 구원의 생수를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시험 많은 광야의 유혹을 이기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거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