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성의 맹인이었던 바디메오는 예수님을 향하여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겨주소서”(막 10:48)라고 외쳤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너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으니 바디메오는 “주님, 내가 보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바디메오의 소원대로 그의 눈을 뜨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막 10:51-52)고 하셨습니다. 주의 능력으로 소경의 눈을 치유했지만 네 믿음으로 눈이 밝아졌다고 하신 것은 이후로 믿음을 붙들고 믿음으로 살게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제 바디메오는 믿음으로 고침 받고 믿음으로 구원을 얻었으니 믿음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는 믿음으로 병이 낫고 믿음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이 딴 길로 가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믿음을 붙들 것이며, 주님을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바디메오가 고침을 받은 이 구원사건을 좀 더 깊게 살펴보기로 합니다. 바디메오는 예수님을 향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하였습니다. 불쌍한 마음으로 주님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나를 낮추며 가난한 심령과 겸손의 마음으로 주님을 만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것은 영적으로 들어가 보면 내가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실로암 물로 맹인의 눈을 뜨게 하신 후에 “내가 심판하려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를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요 9:39)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바리새인들은, 그렇다면 우리도 보는 자이니 맹인인가라고 하자, 예수님은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요 9:41)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보지 못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그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자입니다. 눈이 있으되 두렵고 위험한 세상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자신의 우둔함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주님 앞에 나아와 눈을 뜨기를 원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저 바리새인처럼 스스로 본다는 자는 누구입니까? 위험한 세상을 자기 혼자서 걷겠다는 자입니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둔한 인생인데 나는 본다고 하니 그들의 죄가 그대로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디메오만이 불쌍한 자가 아니라 내일 일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모든 인생이 불쌍한 자인 것입니다. 이렇게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자만이 예수를 만날 수 있으며 그가 곧 눈이 밝아지는 구원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우리가 본문에서 보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듣고 달려간 바디메오의 모습입니다. 길거리에 앉아서 구걸을 하던 바디메오는 예수님의 부름을 받자 겉옷을 내버리고 주님께로 달려갔습니다.(막 10:49-50) 여기서 바디메오의 겉옷은 그의 옛 사람을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바디메오 자신의 옛사람을 내버리고 주님께로 달려갔던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바디메오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구걸하던 삶의 겉옷을 내버리고 당당히 일어서서 힘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하소연에 응답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때에 옛사람의 겉옷을 내버리고 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삶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서 믿음으로 내일을 향해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맥추감사절입니다. 맥추감사절은 한 해의 첫 소산인 보리나 밀의 추수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절기입니다. 특별히 올해의 맥추감사절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인류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고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모든 인간은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겸손과 긍휼의 자세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은 불쌍히 여겨달라고 소리치는 자의 하소연을 들어주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간절한 하소연을 듣고 응답하신 그 은혜로 말미암아 우리는 지난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겸손한 마음과 긍휼의 심령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주를 만남으로 옛사람의 옷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어둠에서 빛을 보고, 고난의 삶에서 소망의 내일을 바라보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