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병자들에게 행하신 이적을 보고 큰 무리가 모여 들었는데, 어느덧 날이 저물어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빌립에게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빌립을 향한 예수님의 물음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요 6:6)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무리에게 떡을 먹일 방법을 친히 알고 있었음에도, 빌립을 시험하고자 물었던 것입니다. 빌립은 예수님의 물음에 각 사람이 조금씩 먹어도 이백 데니리온의 떡이 부족하다고 하였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니, 이백 데나리온은 약 이천만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어른만 오천 명이 모였으니 이백 데나리온으로는 각 사람에게 사천원어치 정도의 떡이 돌아가게 될 것이므로 부족한 것이 분명한데, 더욱이 어린아이들의 숫자는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빌립의 대화 속에 안드레가 나타나서 말합니다. 한 어린아이에게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어 제가 가지고 왔는데, 이것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어떻습니까? 시험문제를 출제한 예수님의 눈에는 빌립이 맞고 안드레는 틀린 답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백 데나리온의 떡도 부족한데, 겨우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온 안드레는 낙제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안드레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한 어린아이의 오병이어를 소중하게 받으시고 무리들 앞에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어서 떡과 물고기를 나누어 주니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의 떡이 남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요 6:10-13) 예수님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소중하게 여기셨고, 먹고 남은 부스러기도 버리지 않으셨는데 여기에 빌립에게 물었던 시험문제의 답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시험은 빌립의 정확한 계산처럼 셈을 잘하는 능력을 시험한 것이 아니라, 순전한 믿음을 시험한 것입니다. 그것은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오병이어라 할지라도 예수님의 손에 들려질 때에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안드레가 가지고 온 것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아니라, 어린아이의 순전한 믿음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셈하는 능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셈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오천 명을 먹여야 하는 현실 속에서 오병이어를 내어놓게 했고, 그것이 문제해결의 열쇄가 되었던 것입니다. 순진한 마음, 다시 말해 순전한 믿음이 이적을 낳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게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 어린 아이를 가운데 세우시고 이런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는데(마 18:2-3), 여기서 어린 아이와 같이 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나이를 거꾸로 먹으라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순수한 믿음, 의심 없는 믿음, 순전한 믿음을 가지는 것을 합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의 이적에서 바로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 순전하고 의심 없는 믿음을 요구하셨던 것입니다. 이 믿음은 빌립의 계산을 넘어서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게 했던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교회에 봉사와 헌신의 손길이 줄어들고, 재정적 어려움에도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한 어린아이의 믿음으로 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백 데나리온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오병이어가 있음에도 감사하는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천국은 작은 겨자씨와 같고 서말 가루를 부풀게 하는 적은 누룩과 같다고 하였습니다.(마 13:31-33) 겨자씨와 누룩은 작고 미미한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은 작고 미미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추수감사절입니다. 되도록이면 많은 열매를 맺어 풍성한 추수를 한다면 좋은 일이요, 그것은 하나님께 감사할 일입니다. 하지만 감사의 중심은 믿음에 있어야 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감사의 중심에 믿음이 있을 때, 오병이어만 가지고도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는 이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어린아이와 같은 순전한 믿음을 소유하시기 바랍니다.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작은 헌신과 봉사를 소중하게 여기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오병이어의 풍성한 축복이 우리의 삶과 섬기는 교회 위에 차고 넘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