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자신을 따르던 수많은 무리를 향하여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눅 14:25-27)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네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자매와 우애를 쌓고 나아가 어려운 골육친지를 외면하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과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나를 따르라는 말씀입니다. 부모와 처자와 형제자매를 미워하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가장 집착하는 것들을 미워하고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이들을 미워하고 멀리하지 않을 때에 예수님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라고 하시면서 나를 먼저 따르라고 한 것입니다. 이는 곧 예수를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와 처자와 자신조차도 멀리하고 오직 예수를 따르라는 것은 예수님의 이기심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를 따름으로 예수의 제자가 되어 돌아왔을 때, 그는 새로운 눈으로 부모와 처자와 형제자매를 보게 될 것입니다. 나 중심의 육의 이기심이 아니라 예수님의 눈과 가슴으로 나의 가족을 품는 것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참된 부모공경과 참된 형제우애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때에 비로소 내가 집착했던 세상의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아름답고 성숙한 관계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불러 백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모리야 산의 제물로 바치라고 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이삭을 데리고 모리야 산으로 올라가 이삭을 결박하였습니다. 그리고 칼을 들어 이삭을 내리치려고 하자,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불렀습니다. 이삭의 몸에 칼을 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머리카락 하나도 해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덤불에 걸려있는 숫양을 잡아 제물로 바치게 하였습니다.(창 22:9-12) 하나님도 예수님처럼, 나를 섬기려거든 가장 아끼는 네 아들을 먼저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이삭을 도로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육의 것보다 하나님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지를 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하나님은 이삭을 잡으려는 순간에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더 이상 이삭을 해치지 못하게 하시고 숫양을 준비해 주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우선순위의 믿음을 확인하고 나서, 비로소 아브라함에 복을 내려 주셨습니다.(창 22:15-18) 아브라함 역시 세상의 부모처럼 아들 이삭이 복 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독자도 아끼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니 하늘의 큰 복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손이 번성하고 잘되는 복을 받았으니 복중에 가장 큰 복을 받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이나, 예수님이나 우리에게 강조하시는 것은 우선순위를 바꾸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나를 따르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눅 14:27)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나의 옛사람에 대해서 죽는 것을 말합니다. 사도바울은 “우리 살아 있는 자가 항상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겨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죽을 육체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11)고 합니다.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겨진다는 것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옛사람을 죽음에 넘겨지게 하는 것은 예수의 생명이 내 몸에 나타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 옛사람에 대해 죽지 않고서는 결코 예수의 생명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옛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아 버릴 때 예수의 생명이 우리 죽을 육체에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의 생명이 내 몸에 나타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예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예수의 가슴으로 세상을 품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믿음의 우선순위가 바뀌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개혁해야 합니다. 수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따랐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돌이켜 보시며 세상 것을 뒤로 하고 먼저 나를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자기 십자가를 짐으로써 예수의 생명이 여러분의 몸에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예수의 생명으로 가정에 화목을 이루고 예수의 생명으로 의와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