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헬라어로 ‘유앙겔리온’ευαγγελιον인데, 그것은 로마제국이 이웃 나라를 점령하여 제국의 땅을 넓혔다는 승리의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복음은 약한 나라의 땅을 정복한 소식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구원의 소식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기쁜 소식이 복음인 것입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는 1세기부터 2세기 말까지 약 200년 동안 지속된 ‘로마의 평화’를 말합니다. 그런데 로마는 로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정복한 나라를 억압하였습니다. 로마 제국은 평화였지만, 식민지 지배를 받는 나라들은 평화가 아니었습니다. 이를 두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힘 있는 자에 의한 강제적인 평화, 또는 거짓된 평화를 말할 때 팍스 로마나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유앙겔리온이라는 복음이 로마에게는 승리의 기쁜 소식일지 몰라도, 정복을 당한 힘없는 나라에게는 결코 복음이 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태복음은 어떤 소식이 복음인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23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24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종 병에 걸려서 고통당하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데려오니 그들을 고치시더라”(마 4:23-24) 갈릴리에서 천국 복음을 전하였던 예수님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그것은 백성 중의 모든 병과 약한 것을 고쳐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각종 병에 걸려서 고통당하는 자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그들의 질병을 고쳐주셨습니다.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져서 큰 무리가 주님을 따랐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랐던 것은 그의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문이 바로 복음이었습니다. 예수를 만나면 나의 병이 나을 것이라는 소문, 예수를 만나면 나의 약함이 강건함으로 변할 것이라는 소문이 바로 복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참된 복음은 강한 자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가 일어서고 약한 자가 힘을 얻는 것이 복음인 것입니다. 평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한 자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약한 자가 희생해야만 하는 어두운 그늘이 있다면 그것은 참 평화가 아닌 것입니다. 이웃의 모든 나라가 함께 평화를 누리는 것이 참 평화인 것입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신 거룩한 날이요, 기쁜 날입니다. 누가복음에서는 아기 예수의 오심은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라고 하였습니다.”(눅 2:11-14) 특별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 중에 평화”라고 했는데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평화에서 소외되고 평화의 그늘에 놓인 자들입니다. 그들은 곧, 병든 자요, 약한 자요, 사망의 그늘에 놓인 자들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예수를 보내시어 갈릴리의 각종 병든 자들의 병을 고치시고, 약한 자를 강건하게 세우시고, 흑암의 그늘에 놓인 자들에게 소망의 빛을 비추어 주셨던 것입니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고 해서 나라마다 강한 힘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래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무기를 개발하거나 무기를 사들입니다.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 나라를 적의 침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힘에 의한 평화는 모든 나라가 무기를 가지게 합니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무수한 군비를 쌓아 놓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는 파멸로 이끄는 거짓 평화에 불과합니다. 역사에 또다시 히틀러나, 무솔리니나, 일본 천황을 받들었던 전쟁광들이 나타나게 된다면 세상은 다시금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참 평화는 힘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참 평화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께서 보내신 평화의 왕, 예수의 삶을 살고자 할 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세상이 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곧, 약한 자들도 더불어 평화의 삶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탄의 기쁜 소식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아기 예수의 오심이 내 삶에 기쁨이 되고, 평화가 되고, 구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기 예수가 오신 오늘 이날로부터, 나의 질병이 낫고, 세상 근심이 사라지고, 위험한 세상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