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을 중심으로 한 초대교회 시절의 성도들은 교회를 ‘에클레시아’라고 불렀습니다. 에클레시아는 “부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고대 아테네에서 처음 쓰여졌습니다. 도시에 중요한 문제가 있어 어떤 결의를 할 필요가 생기면 시민으로 선출된 자들을 불러서 민회를 열었는데 그때 소집된 모임이 에클레시아였습니다. 교회 역시 민회처럼 부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기에 그렇게 불렀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교회라는 에클레시아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유대교가 예배드렸던 ‘회당’(시나고그)이 있었지만 아테네의 민회를 본받아 교회를 에클레시아라고 명명했습니다. 그것은 예수를 나의 구세주로 믿고 복음의 말씀대로 살고자 결단한 자들이 모인 교회는 건물(시나고그)이 아니라, 부름을 받은 자들의 모임(에클레시아)이었기 때문입니다. 건물로서의 예배당은 믿는 자들의 모임을 담는 그릇이요, 그릇에 들어갈 실체는 믿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입니다. 유럽의 교회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예배당에 정작 믿는 자들의 모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습니다.(마 16:18) 나사렛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오신 그리스도로 믿는 그 믿음 위에 주님의 교회를 세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문에서 사도바울은 그리스도 예수가 교회의 모퉁잇돌이 되셨다고 말합니다.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잇돌이 되셨느니라”(엡 2:20)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는 일찍이 믿음의 선배들이 닦아 놓은 신앙의 유산을 말합니다. 그 신앙의 유산이 교회를 짓는 터가 되고, 그 터 위에 교회가 세워지는데 교회의 모퉁잇돌이 예수라는 것입니다. 모퉁잇돌은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주춧돌을 말합니다. 주춧돌인 모퉁잇돌을 빼내면 건물은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다시 말해,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신앙고백 위에 교회가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에클레시아라는 믿음의 공동체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엡 2:19) 바울은 교회로 모인 자들은 모두가 하나라고 말합니다. 유대교의 회당은 배타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었다는 아테네의 민회 역시 귀족과 더불어 시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획기적인 길을 열었지만, 시민으로 부름을 받은 자는 20세 이상의 성인 남성으로 국한되었습니다.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없었습니다. 외국인이나 나그네도 민회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특별이 교회에 모인 자들은 하나님의 권속이라고 하였는데, 권속은 가족 또는 식구를 말합니다. 보십시오. 식구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오히려 약한 지체를 더 살피고 보듬어 줍니다. 허물에 대해서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허물을 덮어 주고 자존감을 세워줍니다. 가족이 서로 울타리가 되어 줍니다. 우리가 주의 몸된 교회를 찾는 것은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상처받은 영혼이 위로받고, 병든 육신이 고침 받고, 세상 근심과 염려로부터 해방받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러한 위로와 치유와 평안은 내가 하나님의 권속이 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성령 안에서 지어져 가는 하나님의 처소라고 합니다.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엡 2:22) 완전한 교회는 없습니다. 교회마다 나름대로의 약점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교회는 지어져 가는 것이라고. 건물로서의 교회는 완성이 있지만 모임으로서의 교회는 완성이 없습니다. 완성을 향해 달려갈 뿐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는 것이 교회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교회는 예수를 나의 주로 고백하고 영접한 자들이 모이는 믿음의 공동체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더 이상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하나님의 권속임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성령 안에서 그리고 예수와 함께 내가 섬기는 교회를 하나님의 거하실 천국으로 만들어 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