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건 이후, 복음은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주님은 너무나도 나약하고 힘없는 모습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온갖 모욕과 수치를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은 더 이상 하나님의 아들일 수 없었고, 구세주일 수 없었습니다. 공생애를 통하여 보여주신 모든 이적과 신비는 허무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22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23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고전 1:22-23) 라고 하였습니다. 사도들을 비롯한 예수의 제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데, 유대인들은 거리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유대인들은 표적을 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를 구하기 위하여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라면 그는 표적을 발휘하는 능력자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방인들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미련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헬라인을 비롯한 이방인들은 그리스도에게서 지혜를 찾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사렛 예수는 허무하게 십자가 달려 죽었기에 그에게서 세상을 이길 지혜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미련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전 1:21)고 하였습니다. 왜 하나님은 전도의 미련한 것, 다시 말해 십자가 죽음으로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신 것입니까? 그것은 인간의 교만을 꺾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똑똑하고 힘있고 가진 자들을 부끄럽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고전 1:26-29) 세상의 지혜 있다고 하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미련한 자들을 택하셨고, 세상의 강하다고 자랑하는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셨고, 세상의 있다고 하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세상의 천하고 멸시받고 없는 자들을 택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 앞에 지혜 있는 자가 누구이며, 힘있는 자가 누구이며, 있는 자가 누구입니까? 하나님 앞에 선 모든 인간은 어리석고 연약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론가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하게 하신 것이 아니냐”(고전 1:20) 고 하였던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18절에서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똑똑하고 능력 있고 힘 있다고 하는 자들에게는 십자가는 미련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구원을 얻지 못하고 멸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미련한 십자가의 도를 믿는 자에게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나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 앞에 교만한 자는 십자가의 도를 버림으로써 멸망에 이를 것이요, 하나님 앞에 부족하고 어리석은 자로 고백하는 자는, 미련한 십자가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 부활절에 인용했던 바울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봅니다. 사도바울은 “주 예수를 다시 살리신 이가 예수와 함께 우리도 다시 살리사 너희와 함께 그 앞에 서게 하실 줄을 아노라”(고후 4:14)고 말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살리셨으니, 예수님을 살리신 하나님께서 예수와 함께 우리도 다시 살릴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예수와 함께 우리를 살리실 것을 믿으니, 이 부활의 믿음으로 어떠한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일어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십자가 죽음에서 예수를 다시 살리신 하나님께서, 예수와 함께 나도 살리실 것을 믿는 자는, 결단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의 도를 미련한 것으로, 거리끼는 것으로 여기지 아니 할 것입니다. 오히려 십자가의 미련한 도는 나를 살리는 구원의 능력이요 힘으로 믿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함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십자가의 미련한 도를 믿음으로 날마다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 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어리석음과 하나님의 약함으로 세상을 이기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