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1월, 동독의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니콜라이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월러 목사와 7명의 성도가 독일 통일을 위해 월요기도회를 시작하였습니다. 7명으로 시작한 기도운동의 출발은 미약했지만 8년 뒤인 1989년에는 무려 57만 명이 동참하는 거대한 운동이 되었습니다. 그해 11월 9일 저녁 9시, 기도회를 마치고 6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은 베를린 장벽을 향해 행진하였고, 경찰들도 거대한 통일의 물꼬를 저지하지 못한 채 합세하여 28년간 동과 서를 가로막았던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서독과 동독은 통일에 대한 논의를 급진전시켜 다음 해인 1990년 10월 평화통일헌장에 서명을 하고 독일은 통일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분단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것은 기도입니다. 가장 미련하고 약한 방법으로 보일지 몰라도, 기도는 하나님의 방법인 것입니다. 지난 주일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세상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세상보다 강하기 때문에, 미련하고 약한 기도의 방법을 택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3절과 14절을 봅시다. “13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와졌느니라 14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엡 2:13-14)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멀리 있던 너희가 하나가 되고 막힌 담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이것은 중간에 막힌 담이 무너지고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한 기도의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피가 기도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용서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용서와 화해의 사건입니다. 인간의 죄와 허물을 용서하기 위하여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주홍빛 같은 붉은 죄가 눈같이 희게 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용서와 화해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용서와 화해의 능력을 상실해버린 기도는 허공에다 외치는 위선의 기도요 무익한 기도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어서, 그리스도의 피를 담는 기도는 희생의 기도입니다. 십자가 사건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완전한 희생을 상징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상에서 피 흘려 죽었기에 우리의 허물은 용서되고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이해타산에만 머무르다가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잘 사는 우리나라가 북한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합니다. 양식도 주고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북의 주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코 핵무기나, 미사일로는 평화가 오지지 않는다는 것을, 힘과 무력으로는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끊임없이 만나고 인내를 가지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여러 번 성이 뚫리고 침략을 당했습니다. 그것은 성을 지키고 있던 파수꾼들이 적에게 매수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뇌물의 유혹에 빠진 파수꾼이 성문을 열어주니 만리장성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인간의 마음이 바로 성이요 장벽이라는 것입니다. 파수꾼의 마음이 열리면 성이 무너지고, 파수꾼의 마음이 닫히면 성도 닫혀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열리면 어떠한 장벽도 무너지고 닫힌 문은 열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여는 유일한 방법이 기도요, 그 기도는 용서와 화해의 기도 그리고 희생의 기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서와 희생으로 마음속의 증오와 분노를 녹일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장벽이 아무리 높고 길어도 그것은 더 이상 장벽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피는 비단 이념과 사상의 장벽만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피는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막힌 담을 허무는 능력입니다. 마음속에 내재해있는 갈등과 불화를 녹이는 능력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통일을 위해 기도합시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었을 때에, “나는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용서와 희생의 기도로 나라를 든든히 세우고, 79년 된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이 땅의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