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에 대해서 마가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하기 직전에 일어난 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문 46절을 보면, 예수님 일행이 여리고에서 출발했을 때 맹인 거지 바디매오를 만나게 됩니다. 47절에서 바디매오는 나사렛 예수가 그 길을 지나간다는 정보를 듣습니다. 바디매오는 예수라는 사람이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 바디매오는 예수가 병자들을 치료했다는 소문도 들었을 것입니다. 47절에 바디매오는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칩니다.

마가의 입장에서 ‘다윗의 자손’은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오해한 것 중 하나가 다윗의 자손으로 나타나 해방을 가져다 주는 정치적인 메시야였습니다. 한편으로 구걸하는 입장에서는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 상대방이 최대한 자신을 불쌍히 여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47절의 바디매오의 외침에서 다윗의 자손이 진심이었을까요? 아니면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가 진심이었을까요? “다윗의 자손”이 진심이 아니라,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가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는 오늘날로 따지면 “한푼 줍쇼”라는 말입니다. 49절에서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50절에서 맹인은 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왔습니다. 부르심에 대해 신속함을 보여주는 행동이 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난 것입니다. 바디매오의 일생에서 겉옷을 내버릴 정도의 기회가 바로 예수가 부르는 순간이었습니다.

51절에서 예수님은 바디매오에게 말합니다.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이 말은 앞의 본문인 마가복음 10장 36절에서 주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때 자신들을 좌우에 앉혀달라고 부탁한 야고보와 요한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씀입니다. 마가는 이 부분을 통해서 제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주님께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바디매오의 대답과 이전에 주님의 옆에 앉게 해달라는 제자들의 대답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등산을 하는데 제자들은 순간 이동해서 꼭대기에 서게 해달라는 요청이었고, 바디매오는 자신이 산을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요청한 것과 같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동안의 과정이나 수고가 없이 정상에서의 우러름과 존경만을 원하는 것은 실제로 그 정상이 주는 보람의 대부분을 맛보지 않겠다는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 힙겹게 산을 오른 사람과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 사람이 느끼는 산에 대한 감정은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바디매오는 “주님 제가 인생 한번 제대로 즐겨보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제가 볼 수 있게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요청한 것 같습니다. 제자들의 바램과 바디매오의 바램이 근본적으로 달랐던 것은 제자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높은 자리를 원했던 것이고 바디매오는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이 홀로 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가의 입장에서는 바디매오가 51절에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말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짧은 순간 바디매오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바디매오가 원하는 것은 ‘자비를 베푸소서’, 즉 한푼 줍쇼가 아니라 ‘보기를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보는 것은 물론 시력의 회복을 뜻하지만 깨달음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사실을 마가복음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디매오는 물질보다는 깨달음을 원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예수를 찾고 예수에게 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을 단지 ‘다윗의 자손’으로만 이해하고 찾는 것은 아닙니까? 예수님에게서 물질의 풍요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의 신앙의 모습이 예수님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고 구걸하는 신앙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닙니까?

오늘 본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제자의 조건은 나 자신이 올바르게 보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습니다. 주님의 제자로 주님이 가신 길을 따르기로 결단한 우리들은, 꾸준한 신앙생활을 통해서 주님 보시기에 기뻐하시는 제자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